2011년 8월 26일 금요일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은 애플일까?

이번 주 스티브 잡스가 갑자기 사임했습니다. 모두들 잠시 충격에 빠졌죠그의 사임 이후에도 애플이 계속 애플일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것이어서 경쟁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주장과 이미 혁신 문화가 기업에 체화 되어서 끄떡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탁월한 전략가(strategist)이자 꿈꾸는 자(visionary)였던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가 앞으로 어찌 다가올까요? 오늘은 "전략"을 바라보는 두 가지 다른 시각을 통해서 애플의 미래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전략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

전략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는 주류의 시각은 전략의 어원 그대로 전략을 장군의 전쟁 기술: art of a general" 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은 전략은 짜야 하는 (formulate)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략담당임원과 메니저들이 있고 여러가지 framework을 사용해서 기업 내부와 외부를 철저히 분석해 내죠. 그 결과를 놓고 통찰력과 동물적 감각을 더해 전략이 만들어 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략을 짜내는 과정은 주로 전략담당 메니저와 핵심 임원들 몫입니다. 영업부 대리나 과장 따위가 참견할 수 없죠.

일단 전략이 만들어지만, 장군은 명령을 내리고 부하들은 일사분란하게 장군의 명령에 따라야 하고, 그 결과를 장군께 보고합니다. 장군과 장성급 핵심 지휘부는 보고 내용에 따라, 전략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위한 추가 조치를 만들어 하달합니다. 한 번 전략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지속됩니다. 기업에서의 전략 집행도 그렇다는 겁니다.

이런 접근 방법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계량화된 분석을 멋지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Five-Forces 중 하나인 "구매자의 협상력"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서 "구매자의 가격 민감도"를 채택하고 "구매자의 예산에서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 가격의 비율"로 그것을 계량화 하죠. 그리고 시간과 돈을 들여 비교적 소상히 자료를 조사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야만 좀 더 믿을 만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MBA들이 고용되고, 약간은 우쭐대는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얘기하며 폼나게 전략을 짭니다. 그리고 예전 것은 모두 틀렸으니 이제는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목도 받으면서 연봉도 올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말이죠.


전략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전략을 다른 관점에서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은 전략을 토기장이가 진흙을 녹로 위에 놓고 차츰 차츰 만들어 나가듯이. 또, 앞마당 뜰에 이름 모를 잡초들이 자라 나듯이 전략을 기업의 과거 활동(action)을 통해 자연스레 형성(form)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전략을 짜는(formulate)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역사 속에서 무늬(pattern) 처럼 관찰되는 것이라고 보죠. 실제로 많은 장수 기업들을 장기간 관찰해 본 결과를 봐도 그러하다는 겁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은 계량적으로 분석하고 멋있는 전략 지도(strategy map)를 만들어 내는 MBA들을 곱게 보시지 않습니다. 그런 MBA들은 현장 지식이 없어서 그 업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죠. 즉, 사람이 손과 머리로 일을 하는데, 손에서 오는 피드백을 직접 받지 않고서는 제대로된 상황 판단과 대처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토기장이를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MBA들이 만들어낸 소위 전략이라는 것들이 오히려 자생적으로 만들어져서 아직은 조직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새로운 전략과 혁신의 싹을 짓밟고 조직의 학습 능력을 억제한다는 비판을 합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은 장기간의 풍부한 현장 경험에서 축적된 지식과 통찰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손과 머리가 분리될 수 없듯이 현장과 경영자가 분리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또 공식화되고 매뉴얼화 된 지식도 중요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암묵지(tacit knowledge)가 매우 중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영자가 자세히 전부 아는 것, 또, 현장에서 혁신 아이디어, 새로운 전략이 솟아 나오도록 장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죠.


아, 스티브!

스티브 잡스가 위대하게 보여지는 이유는 이 모든 전략 수립 프로세스를 아침에 거울 보며 혼자 해냈다는 것입니다그리고그 전략을 정말 강하게 몰아 붙였습니다. 수 많은 현장 해고와 시제품 폐기가 스티브 잡스 한마디에 이루어졌죠. 해고 당한 사람이나 폐기된 시제품을 수식하는 말, 스티브 당했다(got steved)는 애플 임직원 모두가 아는 유명한 말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몇 년 만에 탄생한 작품이 아이팟과 아이폰과 아이패드였습니다.

물론 애플의 성공 이면에는 애플 그리고 애플 제품과 사랑에 빠진 소위 극렬 "애플빠"들만을 뽑아, 양처럼 순응하기 보다는 늑대처럼 또 해적처럼 공격하도록 하는 애플의 기업 문화가 있었습니다. 사장이 괴짜니까 직원들도 그래야 한다는 순진한 발상에서 이런 기업문화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을테죠.

전략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보면, 그 동안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기가 막힌 전략들을 잘 짜냈습니다. Formulate 한 것이죠. 또,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들 눈에 보일리가 없는 인쇄회로기판(PCB)가 예쁘지 않다는 점을 트집잡는 디테일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들어오게 했죠. 이런 과정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또 마케터들이 현장에서 몰입하며 수행했습니다. 스티브잡스와 현장과의 간격은 없었습니다. 전략이 현장 활동을 통해 형성(form) 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것이죠.

스티브는 갔습니다. 애플과 완전히 결별한 것은 아니지만, 살아 있는 그의 모습을 오래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죠. 스티브의 후계가 팀 쿡은 냉철한 경영자지만, 꿈꾸는 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쟁쟁한 CxO들이 앞으로 어떤 하모니를 만들어 낼지 아직까지는 정말 미지수입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스티브의 큰 빈자리를 메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애플이 이 상황에 정말 잘 대응하지 못한다면, 애플은 머지 않아 다시 평범한 회사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입출력과 자료처리를 담당하는 아이패드나 아이폰 같은 디지털 장치 (digital device)들이 점점 덜 중요해져 가고 있고, 그런 장치들을 들고 다니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이죠.

지금 애플은 스티브의 빈 자리를 좋은 전략을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로 계속 채워나가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잘 될까요?


주로 참고한 글들입니다.
Michael E. Porter, “The Five Competitive Forces That Shape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1979
Henry Mintzberg, “Crafting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July–August 1987
Robert S. Kaplan and David P. Norton, “Mastering the Management System”, Harvard Business Review, 2008



2011년 8월 21일 일요일

벤치마킹 교과서가 서점에서 사라진 이유 - 토요타와 소니의 몰락 - 이건희, 구본무의 컴백

얼마 전, 직장에서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경쟁사 벤치마킹이었죠. 벤치마킹이란 말 너무 흔하게 들어 보았고, 저 스스로도 자주 써 봤지만, 막상 보고서를 꾸미려니 막막했습니다. 서점을 찾았지만 "벤치마킹"으로 검색되는 책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어렵게 아마존에서 책을 몇 권 구해 읽어 보았습니다. 표지가 누렇게 변한 1990년대 초반에 인쇄된 책을 보면서 참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왜?

잠시 여러분들의 그리움이 향하는 70~80년 대로 떠나 보겠습니다. 당시 일본은 막강했습니다. 그래서 80년대 부터는 모든 경영대학원에선 일본 기업들을 가르쳤습니다. 일본 기업 따라하기가 유행이였죠. 그 시대를 풍미했던 즉, 경영 컨설턴트의 배를 불려 주었던 기법들은 다양했습니다. 잠시 추억을 되살려 볼까요.

  Total Quality Management
  Benchmarking
  Time-Based Competition
  Outsourcing
  Partnering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Change management

당시 대기업 사무실 벽에는 회의 시간 1분당 비용이 직급별로 표시가 되기도 했었고, 불량률을 전사적 노력으로 완벽에 가깝게 낮추려는 Six Sigma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노력을 계속 하면 세계 1등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살았었습니다. 암튼 그땐 그랬습니다.

벤치마킹은 1989년 Xerox 사에서 다른 회사의 모범 경영 방식 (best practice)를 배우기 위해 최초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 급속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른 기법에 비해 결론을 내고 보고서를 쓰고 또 경영진을 설득하기가 엄청나게 편했다는 점이 아마도 인기의 비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도 LG 전자에서는 "삼성전자에서도 이미 한다더라"라는 말이 최종 결정을 이끌어 내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일본 따라하기 시류의 한 복판에서 1996년 한 40대 학자가 외칩니다. 일본 기업은 전략을 모른다. 그리고 뿌리 깊은 문화적 문제로 전략이 좌우하는 시대에 심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이죠. 그 분이 바로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그는 효율적 운영(OE: operational effectiveness)과 전략(strategy)를 명확히 구분해 냈습니다. 그리고, 왜  OE 만으로는 경쟁자들을 계속 따돌리면서 좀 더 높은 수익을 누릴 수 없는지를 명쾌하게 논증합니다. 그리고, 약간은 빈정거리듯이 말합니다.

  "일본기업은 앞으로 전략 공부를 해야만  할꺼야."
  "Japanese companies will have to learn strategy."

이어 그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일본은 지나치게(notoriously) 합의(consensus)를 지향한다. 게다가 일본 기업들은 사람 마다의 차이를 드러내서 아름답게 활용(accentuate)하기 보다는 차이를 없애(mediate) 버린다."

즉, "전략은 어떤 것을 어떻게 할지" 또는 "어떤 것을 안할 지" 대한 단호한 선택의 문제인데, 일본인들의 문화가 이런 단호한 선택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임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는 OE는 계속 추구해야 하지만, 전략이 더 핵심적이라고 못박죠. 그리고, 서점에서는 벤치마킹 책이 사라지게 됩니다. 한 순간에 촌스러워진거죠. 하지만, 아직도 벤치마킹 기법은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 그의 선언은 적중했습니다. 소니는 몰락의 길을 이미 걷고 있고, 토요타도 휘청거리죠. 수 많은 일본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반면, 오너 회장의 과감한 결단 하에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한국 기업들은 그 동안 사다리를 꾸준히 오를 수 있었습니다. 또, 괴짜 스티브가 아침에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보며 결정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야만 했던 애플은 시총 세계 1위가 되었죠. 바로 2011년 8월에 즉 이번 달에 말이죠.

얼마 전, 한 미국 저자가 쓴 책에 소개된 구글의 안드로이드 인수 비사가 큰 화재였죠. 안드로이드 설립자가 한국을 찾아와 삼성의 본부장과 회의를 했답니다. 지금은 연세대에 계시는 문제의 그 본부장이 들어와 착석할 때까지 삼성 맨들은 벽에 도열해 있다 착석합니다. 그리고, 본부장께서 말씀하시죠. 당신회사 직원이 8명 뿐이네요. ... OS를 만들어 공짜로 뿌리자는 안드로이드 사장의 말은 어찌 되었을까요? ...

지금 애플의 거대한 성공은 이미 수년 전 부터 "플랫폼 전략"을 기초로한 생태계 조성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되어 많은 경영대학원에서 비교적 소상히 강의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한국 학자들이 그 중심에 서 있죠. 따라서, 삼성이나 엘지 같은 거대 기업집단이 그런 흐름을 몰랐을리 만무합니다. 매년 수천명의 MBA들이 입사하는 회사들이니 신입사원들에게 물어 봐도 알 수 있었겠죠. 하지만, 삼성과 LG는 플랫폼 전략을 아직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합니다. 제때 결정을 못내린 것이죠. 결정 내릴 수 있는 식견있는 리더도 없었구요.

포터 교수의 일본 문화 비판을 작금의 삼성, 엘지의 위험한 상황을 그대로 적용해 보면 이건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이 왜 또 다시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실 껍니다. 그리고 한국의 기업문화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할 절박할 필요를 느낍니다. 한국의 기업문화가 너무나 일본화(Japanization) 된 것은 아닌지, 활력을 아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말이죠.

Japanization은 오늘 현재 "몰락"과 동의어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IT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의 공포를 반영하는 것이 현재의 KOSPI 성적입니다. 우리는 정말 중요한 역사적 시기를 살고 있는 겁니다.

"What Is Strategy?" Michael E. Porter, Harvard Business Review, 1996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2011년 8월 15일 월요일

몇 개나 하세요?

몇 개나 하세요?

제 블로그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보신 분들께서는 이 질문이 골프 핸디를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계실테죠. 오늘은 혁신 노력을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우리 회사는 몇 개나 어떤 범주에서 혁신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 번 따져 보시죠. 그리고, 뿌듯해 하실지 아니면 등에 식은 땀이 나실지는 여러분 몫입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혁신에 관한 주장을 적어 봅니다.

   1.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2. 경영진은 혁신을 위한 "적절한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한다.
   3. 경영진은 혁신을 위하여 충분한 자원을 할당해야 한다.
   4. 경영진은 혁신을 위한 실험과 학습을 장려하고 실패를 받아 들여야 한다.
   5. 경영진은 스스로 혁신에 직접 몰입해야 한다.

동의하시나요?

좀 더 적겠습니다. 어떤 이는 광기(madness)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똑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바라는 것."


더 잘하지 않고서는 즉, 개선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결과를 바랄 수 없고, 기존의 했던 방식을 깨뜨리고 새롭게 하지 않으면 즉, 혁신하지 않으면 뛰어날(outstanding) 수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하는 것이죠. 점점 더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절박하게 그 의미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한 분기(a quarter)를 앞서가려면 판촉을, 십년(a decade)를 앞서가려면 혁신을"

기업가라면 모두가 동의하실 명언입니다. 혁신의 결과물로 탄생한 어떤 신제품이 어떤 회사를 십년 이상 먹여 살리는 일은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너무나 많이 인용되어 이제는 너무 상투적인 느낌이 들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 예를 들겠습니다. 혁신의 결과를 탄생한 애플의 아이포드, 아이폰, 아이패드가 애플을 세계에서 두 번쨰로 시가총액이 큰 기업으로 만들었죠. 그리고, 애플은 1위 자리를 얼마 전에 잠시나마 차지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별 볼일 없었던 회사를 세계 1등으로 만든 것이죠. 혁신이 선택이 아닌 기업생존에 필수 아이템입니다.


혁신이 중요하다면, 혁신을 어떻게 이루어야 할까요.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 한 기업들을 사들여서 혁신을 이루어 나갑니다. 시스코나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처럼, 거액의 수업료를 낸 뒤, 돈 한 푼 건지지 못하고 크라이슬러를 되팔았던 사례가 대표적인 예죠. 기업 문화라는 부분까지 통합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임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기업 내부에서 혁신을 이루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모든 기업 경영자들이바라는 바 입니다. 그러나,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을 듣는 그 순간 막막하고 먹먹한 느낌이 드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만, 이런 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혁신을 분류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P&G 입니다.

P&G는 혁신을 체계화(systematization) 하여 2000년대 초반 15%에 불과했던 혁신의 재무적 성공률을 50%대로 높혔습니다. 노다지를 캔 것입니다. 물론 혁신의 체계화가 모든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기초를 튼튼히 다졌죠. 경쟁기업의 연구개발비를 모두 합한 금액보다 더 많은 연구개발비(연 20억 불)를 쓰고 연 4억불을 전 세계 소비자 행동 연구에 사용하여 70%가 넘는 인도인들이 아직도 손빨레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기업이 P&G입니다. 그리고, 혁신을 해야만 한다는 그리고 그것이 선하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경영진은 물론
종업원의 DNA에 세겨져 있다는 것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겁니다.

가슴 아파도, 다 살펴보고 또 다 따라할 수는 없는 것이죠. 오늘은 P&G의 혁신 노력 중에 혁신의 체계화의 한 단면을 살짝 보겠습니다. P&G는 혁신을 다음과 같이 네 개의 덩어리로 분류합니다.

   1. Sustaining: "개선"에 해당합니다. 더 좋게, 더 쉽게, 더 싸게 같은 것이죠.

   2. Commercial: 마케팅, 포장, 판촉 등의 혁신입니다. 올림픽 후원 마케팅 같은 것이죠.

   3. Transformational-Sustaining: 이름이 긴 만큼 중요한 개념입니다. 기존의 제품군의 상품 개념을 다시 짜는(reframe) 혁신을 말합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기 때문에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나 재무적 성과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양치"의 개념에 머물러 있던 치약에 "미백" 개념을 추가하여 치약을 재정의 했죠. 그래서 나온 제품이Crest Whitestrips 입니다.

   4. Disruptive: 전에 없던 제품을 새롭게 만드는 혁신입니다. 아직은 기존 제품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일부 제한적인 영역에서 아주 쉽고, 아주 값싼 기능을 하는 제품입니다. 초기엔 이렇게 낮은 자세로 등장하지만, 기술이 계속 개발되면 나중에는 기존 제품을 몽땅 역사속으로 밀어 넣기도 합니다. 일전에 소개 드렸던 유압 굴삭기 (hydraulic excavator)가 그랬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제품 중에는 P&G의 페브리즈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혁신은 1번과 3번에서 이루어집니다. 가장 혁신의 갯수도 많고 노력도 많이 해야 합니다. 즉, 다수의 혁신은 완전한 진공상태가 아닌 현업(core business)의 토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내부로부터의 혁신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되겠고, 특히 작은 기업의 경우에 모든 구성원이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겠죠.

이렇게 나누고 보니, 혁신안을 채택할 것인가 기각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잣대도 좀 여러 개를 써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번과 2번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NPV를 사용해도 좋겠지만, 다른 것들에는 리스크를 감안한 리얼 옵션 접근법을 써야 할 것도 같고, 보다 정성적(qualitative)인 평가 방법을 써서 평가 해야 돈이 되는 혁신 아이디어를 사장시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점은, 4번의 경우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에 대하여 최소한 매우 관대해야하고, 칭찬해 주어야할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노력이 여러분의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중요한 점검 포인트입니다.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기업의 수명을 평균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4번 혁신을 반드시 해야합니다. 예외 없습니다.

맺으며...

뭔가를 분류해 놓으면 참 많은 것을 덤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혁신을 분류해 봤더니, 혁신과 좀 더 친해진 것 같습니다.

어떤 제도 한 두 개를 도입해서 기업이 혁신에 성공한다면, 대다수 기업들이 수백년의 수명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군에 따라 수년 혹은 수십년 정도의 평균 수명이 고작입니다. 혁신을 이루어 내는 기업으로 변신하는 일은 시간도 돈도 많이 드는 작업인 탓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인재가 사장되거나 회사를 떠나지 않고 적재적소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Right people do the right work.)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How P&G Tripled Its Innovation Success Rate, Harvard Business Review, June 2011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2011년 8월 9일 화요일

패닉에 빠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어제까지 코스피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현기증 마저 느낄 정도입니다.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리죠. 그저께 미국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코스피 지수 일봉 차트, 2011년 8월 9일 장종료, 출처: 다음 증권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S&P의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 강등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떤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은 나라 빚을 그 나라가 약속한 날자에 갚지 못할 가능성을 주목합니다. 돈 떼먹을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신용등급이 낮고 반대의 경우에는 신용등급이 높습니다. 가장 높은 신용등급이 AAA인데, 미국의 신용등급이 딱 한단계 낮아져서 AA+가 되었습니다. 미국이 미국 국채를 산 투자자들의 돈을 떼먹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등급으로 표시한 것이죠.

일반적으로 위험이 증가하면 그에 대한 댓가를 요구하게 됩니다. 위헙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에 대한 댓가로 생명 수당을 받죠. 마찬가지로 떼먹을 위험이 높은 빚쟁이들에게는 떼먹을 위험이 비례해서 댓가(risk premium)를 요구합니다. 채권의 경우, 위험에 대한 댓가는 높은 이자가 됩니다. 그래서, 똑 같은 금액을 10년동안 스위스에 빌려주는 경우에는 연리 1%를 조금 넘는 수준의 이자를 받지만, 그리스에 빌려 줄 때는 연리 14% 이상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죠.

따져 보겠습니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졌습니다. 미국 재무성이 발행하는국채를 사는 사람들은 보다 높은 부도 위험에 노출되게 된 것이죠. 사람들은 당연히 추가된 위험에 대한 댓가(risk premium)을 요구하게 됩니다. 국채에 적용되는 이자, 즉, 수익률(yield)는 발행시장에서건 유통시장에서건 올라가야 마땅한 것이죠. 그랬을까요?

미국 재무성 홈페이지로 가 보죠. 아래에 보시는 그림은 어제 뽑은 자료입니다. 지난 주 말에 비해 미국 국채 수익률이 모두 하락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 폭락이 시작된 지난 주 초부터 살펴 보면, 지난 주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은 속단하긴 이르지만, 부도위험을 경계하는 것 외에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재무성 홈페이지, 국채 수익율 표

뭘까?

시장은 아마도 제3차 양적완화나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경제에 유동성이 공급되어 돈 값, 즉 금리가 계속 낮아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정부와 소비자가 추가 부담할 이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경기가 둔화될 것도 함께 예상했던 것이죠. 이런 요인들은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이들이 리스크 프리미엄 보다 더 크게 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증시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 지난 주 초입니다. 이미 큰손들은 빠른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살펴보니 "경기 둔화 전망"와 이에 따른 "이자율 하락 기대"였습니다. 그리고, 채권시장도 똑같은 기대 하에 움직였던 것이죠.

결국,

시장은 계속 "미국 경기 둔화"라는 어젠다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와중에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지만, 미국 국채 시장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코스피의 월요일과 화요일 모습은 그러나, 패닉이었죠. 신용등급 강등에 잔뜩 겁먹어 심리적으로 반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미국 증시가 어제 반등에 성공 했습니다. 시장의 예상대로 FOMC는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냈습니다. 다만, 무척 예외적이었죠. 논란이 될만한 예외적 결정에 대해 쏟아질 질문이 싫었던지, 버냉키는 올 초부터 매달 해 오던 기자 간담회를 오늘 새벽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간담회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밝혔으니까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두렵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주가가 1950선 부근까지 다시 반등한다면 그 선에서 매도하는 것이 어떨가 싶습니다. 미국 경기 둔화라는 어젠다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2011년 7월 2일 토요일

해적, 내적 동기 그리고 작은 성공

유럽 열강들이 범선을 타고 세계 각지로 진출하던 16세기에 부수적으로 생긴 현상이 해적입니다. 해적들은 18세기 초반에 가장 융성해지죠. 해적과 관련된 문제를 하나 풀어 볼까요? 1705년 영국 배가 영국 해적에 의해 나포되었습니다. 해적들은 선원들은 험하게 다뤄온 선장과 간부 선원들을 없애고 선원들에게 해적이 될 것을 종용합니다. 목숨이 달렸으니 선원들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죠. 굳은 얼굴로 마지못해 해적선에 오릅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영화나 소설에서 본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달랐습니다. 제안을 받은 선원들은 대부분 기꺼이 해적이 되었다고 합니다. 열악한 근무환경, 비상식적으로 고된 노동, 선장과 간부들의 무자비한 폭력 아래로 다시 들어가 고생 끝에 인생을 짧게 마감하느니, 차라리 해적질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죠. 아래 인용한 해적 규약의 일부를 보면 선원들의 선택을 더 잘 이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     모든 선원은 현안에 대해 동등한 표결권을 가진다. 어느 때든 노획한 식료품과 주류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그것들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2.     모든 선원은 전리품 목록에서 공평한 몫을 요구할 수 있다하지만 동료의 보석이나 돈을 한 푼이라도 사취하면 무인도에 내버린다. 동료의 것을 훔치면 코와 귀를 자르고 사는 게 고생스러울 것이 분명한해변에 하선시킨다.
3.     주사위든 카드놀이든 돈을 가지고 도박을 해서는 안된다.
4.     촛불은 밤 8시에 끈다. 이후에 술을 마시고 싶다면 불을 켜지 않고 갑판에 앉아 마셔야 한다.
5.     모든 선원은 즉각 전투에 사용할 수 있도록 늘 각자의 장비, 단검, 권총을 준비해야 한다.
6.     각자 1,000파운드의 저축금을 채울 때까지 현재의 삶의 방식을 계속해야 하고, 그 이전에 이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근무 중에 불구가 된 사람은 공공 기금에서 800 은화를 받고 부상자들은 부상 정도에 따라 배분 받는다.



2009년으로 시간을 옮겨 보겠습니다. Dan Pink의 동기부여에 관한 TED 강연을 들어 볼까요. 그는 직원들의 성과에 인센티브를 미리 걸어 놓고 일을 시키면 오히려 창의성이 떨어지고 생산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분기에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면 성과급 50% 준다는 식이죠. 이런 방식으로 생산성이 증가하는 경우는 창의성을 요하지 않는 단순 반복 작업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는, 창의성을 높여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인센티브나 채찍과(carrots and sticks) 같은 외적인 동기부여 방법(external motivator)이 아니라 내적인 동기부여 방법(internal motivator)이라고 강조합니다. 종업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까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autonomy)을 부여하는 것, 조금씩 개선을 해 나가면서 점점 더 전문성(mastery)을 더해갈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이 조직이나 고객 또는 국가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 즉 업무의 목적(purpose)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진들은 7개 기업에서 26개의 서로 다른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238명 명에게 일정한 양식으로 그들의 업무와 감정에 대해 일일 현황를 쓰도록 했습니다. 무려 12,000건에 조금 못 되는 자료가 모였죠.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역시 직원들을 움직여서 몰입하도록 만들고 창의적으로 일하며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에는 외적 동기보다 내적 동기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들은 사람이나 조직을 관리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직원들이 자신이 의미 일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그 일 속에서 작은 성공을 자주 맛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관리 원칙(the progress principle)이 중요하며 또 그런 노력을 통해 성과가 나고 그 성과가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선순환 (the progress loop)을 만들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체크리스트를 들고 진행상황을 따지는 (check up)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신나서 일할 수 있도록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어려운 일에 도움을 주고(facilitate) 그들과 함께 하는 (check in)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직원들이 마음이 내켜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런 저런 원칙을 지켜 잘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것이죠.

해적선에 기꺼이 오르는 선원들의 마음, 내적 동기의 중요성 그리고 작은 성공을 통해 동기부여하는 일 -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축은 자율성(autonomy)이고 그 바탕에는 직원들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경영자의 마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직원들의 일상 업무에 사사건건 지시하고 입으로만 도와주며 좋지 못한 결과를 직원 탓으로 돌리면서 중요한 정보는 결정적일 때 비장의 무기로 사용하려고 직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그런 매니저가 아니었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직원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지 그들 내면의 직장 생활(inner work life)을 생각해 봐야 할 시대입니다.



주로 참고한 자료입니다.
On the surprising science of motivation, Dan Pink, TED International, 2009, www.ted.com
대항해 시대, 주경철, 서울대학교 교육출판문화원
The Power Of Small Wins, Tersa M. Amabile and Steven J. Kramer, Harvard Business Review, May, 2011

2011년 6월 25일 토요일

여러분 회사의 KPI는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윤리문제를 좀 다루겠습니다. 윤리(ethics)는 옳고 그름 (right and wrong)을 가르는 것과 관련된 것이라, 읽으시는 분들 중에 좀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역시 윤리문제는 머리 아픈 무엇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회사 생활과 관련해서 단지 내가 남을 속이거나 도둑질 하지 않으면 된다정도로 윤리문제를 소박하게 생각하고 살죠.
그러나, 회사의 정책을 만들어 내고, 집행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윤리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도입한 어떤 정책이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 착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마음의 갈등 없이 착하게 살게 해 주는 일도 아주 중요한 일 아닐까요? 실제로 기업 윤리에 많은 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에 있어 비윤리적 행위는 광범위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의도로 새로 도입된 정책이 종업원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조장한 사례입니다. 십 수년 전 백화점으로 유명한 시어스 그룹에서 아주 간단한 결정이 내려집니다. 자동차 수리공의 작업시간당 매출액 목표를 $147로 올린 것이죠.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면 목표 달성을 위해 자동차 수리 서비스 부문 종업원들이 수리작업 속도를 높여서 좀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목표는 의도대로 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았죠. 영리한 종업원들이 수리비를 과다하게 청구하거나 고장 나지도 않은 부분을 수리했다고 거짓 청구하는 방식을 쓰기 시작한 탓입니다. 치료 내용과 과정에 대해 의사와 환자 간에 아는 것에 차이가 나는 것과 같이, 수리공과 고객 사이에 필연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 정보의 비대칭성 (information asymmetry)을 영리한 수리공들이 악용한 것이죠.

잘못 고안된 목표 (ill-conceived goals)

종업원들에게 조금 어렵고 또 구체적인 목표를 주는 것은 단순히 최선을 다해라라고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어스 사례에서와 같이 단지 생산량을 늘일 것을 종용하는 것과 같은 방법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가 바로 품질 문제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거나 품질관리(QC) 부서에서 꼼꼼히 관리하지 않는 부분을 대충 처리해 버리는 것이죠. 눈에 보이지도 않고 평소에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때로는 대형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회사의 평판에 큰 손상을 입기도 하고, 제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도 합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알게 되는 대목입니다.

이런 실패를 면하려면, 경영자들은 종업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정책 도입 전에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종업원들이 비윤리적 행위를 할 동기를 사전에 최소화하고 비윤리적 행위를 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기 보다는 어려운 상황을 솔직히 보고하도록 장려하는 편이 더 좋습니다. 작업자가 어려움을 느끼거나 개선점을 발견해도 그것을 경영층에 말할 경로가 막혀있거나, “말해봐야 소용 없더라는 생각이 박혀 있다면 상황은 훨씬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 회사는 어떠신지요?

장려된 윤리 불감증 (motivated blindness)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불도저 같이 일정을 밀어 붙이는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사장님을 한 번 상상해 보시죠. 어느 날, 품질관리 부서에서 신제품에 사용자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그런데, 이 사장님 보고서 집어 던지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제품 출시 일정이나 챙겨! 가봐!” 보고서 들고 올라갔던 QC 팀장 이제 앞으로 일을 어떤 방향으로 하게 될까요? 1970년대 연료 탱크 폭발 문제로 수 많은 인명사고를 일으킨 Ford의 소형차 Pinto의 출시를 앞두고 똑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장은 그 유명한 Lee Iacocca 입니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습니다, 반대되는 정보를 쉽게 간과하면서 말이죠. 이런 심리 현상을 motivated blindness라고 합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는 것이죠.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 누구도 그 실체를 정확히 몰랐던 MBS CDO심지어 CDO2 같은 파생상품에 미국 국채와 같은 신용등급 “AAA”를 부여한 신용평가회사들 기억 하시나요? 거액의 신용평가 수수료에 눈이 멀어 신용평가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들은 마구 도장을 찍었죠. 우리 주위에서도 사실 이런 사례는 수 없이 많습니다.

단지 종업원들에게 옳은 일을 해라혹은 착하게 살아라라고 종용하는 것만으로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없습니다. 해고되거나 왕따가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렇게 행동할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경영자들은 혹시 눈에 쉽게 띄지 않는이해관계 충돌(interest conflict)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조직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제거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보상체계(incentive system) 부분을 잘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엄청난 통찰력과 지혜가 필요한 일인 동시에 그렇게 해야만 기업이 장수한다는 것을 경영자가 절박하게 느껴야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참 어려운 문제죠.

딱 한번의 유혹 그리고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공직사회 부정부패 문제가 큰 이슈였습니다. 청백리로 상을 받은 어느 강남구청 공무원은 한 인터뷰 기사에서 딱 한번만이라고 생각해서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부정부패의 늪으로 빠져드는 동료들을 많이 봤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처럼 비윤리적인 행위는 한 번 빠져들면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 속성이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도 무엇이든 사소한 비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초기에 원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죠. 다만, 연루된 사람을 징계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도록 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얻은 성과

,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한다는 잘못된 생각에서든 아니면 단지 정말 뛰어난 성과에 도취되어서든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얻은 성과에 대해서는 보너스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칭찬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비윤리적으로 얻어진 성과에 보상이 따른다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를 조장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관리자들과 경영자들은 결과에 대한 보상 보다는 최선의 결정(quality decision)과 행위에 대해 보상을 해야겠죠. 결과가 좋다면 금상첨화죠. 이렇게 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조건적 성과 지상주의의 폐해나 동기와 과정을 중시하는 보상관행의 혜택이 단기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하신다면 반드시 유념하실 내용입니다. , 외주업체나 비슷한 방법으로 제3자에게 비윤리적인 행위를 떠넘기지는 않는지도 살펴보셔야 하겠습니다.

윤리 만트라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결정과 관련해서 어떤 윤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입에 착 달라붙은 주문(mantra)처럼 말이죠. 그리고 여러분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하도록 교육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나 여러분들 종업원들이나 모두 재무적 기준에 치우친 의사결정에 너무나 익숙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회사의 장기적 생존확률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 입니다.

실천에 옮겨 볼까요? 먼저, 여러분께서 여러분 부하직원들과 함께 정한 핵심성과지표(KPI)를 먼저 살펴보시죠.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하셔야죠. “김과장의 KPI에 어떤 윤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여러분 회사의 KPI는 안녕하십니까?

Ethical Breakdowns, Apr., 2011, Harvard Business Review를 주로 참고했습니다.

2011년 6월 13일 월요일

잭 웰치는 왜 틀렸을까?

스테로이드 잘 아시죠. 스테로이드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분들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스테로이드는 1930년대 처음 합성 되었을 당시만해도 만병통치약으로 각광 받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심각한 부작용도 알려지게 되죠. 많은 양의 스테로이드를 한꺼번에 쓰거나, 너무 오랜 동안 사용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크게 낮추며, 고혈압이 생기게 하고 심장 조직 중에서 가장 힘을 많이 쓰는 좌심실의 구조를 변형시키기도 합니다. 젊은 운동선수들의 돌연 죽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간독성이 있어서 간 손상을 일으키고, 심한 여드름을 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는 치료 효과가 입증된 경우에 한해서 최대한 짧게 쓰는 것이 상식이 되었죠. ,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서부터 운동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 되었고, 이후 도핑테스트는 점점 엄격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스테로이드는 오남용이 심각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스테로이드를 사용함으로써 단기에 볼 수 있는 여러 놀라운 효과에 현혹되어 앞뒤 가리지 않고 사용하게 되는 듯도 하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장기적인 부작용을 말해 주지 않은 채 환자들에게 많은 양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스테로이드의 유혹을 많이 받는 집단이죠. 스테로이드(AAS: anabolic-androgen steroids)를 사용하면 체내 단백질 합성이 빨라지기 때문에 몸이 쉽게 만들어지고 남성화 작용이 있어서 몸의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더 많은 힘을 내도록 도와줍니다. 0.01초가 또 홈런 한 방이 승부를 가르고 또 그 결과가 스타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느냐 아니면 쓸쓸히 잊혀지느냐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약물에 의존하려는 마음을 떨치는 것은 운동 선수 자신이나 지도자들이나 참 힘든 일입니다.

스테로이드를 둘러싼 상충관계(trade-off) 관계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기 효과 vs. 장기 부작용

그런데, 정말 소름 돋도록 똑 같은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기업 경영에도 존재합니다. 바로 주주 가치 극대화와 기업의 장기 성과가 그것입니다. 제가 '소름 돋는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쓴 것은, 스테로이드의 부작용과 주주 가치 극대화의 부작용이 너무나 닮았기 때문입니다. 고혈압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정말 확실하게 신체의 모든 조직을 손상시킵니다. 간 손상도 앞으로 몸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리죠. 다시 말하면, 스테로이드를 남용하면 결국 장기적으로 활력 있는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확실히 불가능해 진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주주 가치 극대화도 남용되기 시작하면 기업이 단기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지 모르지만 기업이 활력 있게 오랜 동안 성장하고 생존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너무나 서로 닮았죠.

주주 가치 극대화의 대표 주자 잭 웰치

주주 가치 극대화(shareholder value maximization)의 개념은 이미 1970년대에 정립되었습니다. 핵심은,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기업에 좋은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죠.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은 대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 오른 만큼의 차익 (capital gain)을 챙기는 것 그리고 기업이 남긴 이익 중 일부를 가져가는 배당(dividend)의 합입니다. 결국,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을 극대화하는 일은 1) 주가를 올리고, 2) 이익을 많이 내며, 3) 배당성향을 높이는 것이 되겠습니다. 별로 나빠 보이지 않은 목표들이죠. 문제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문제가 된 겁니다. 마치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금지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문제죠. 더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여기서 글의 방향을 좀 정하고 가죠. 수학 공식을 도입하고 목적함수를 최적화하는 미분방정식을 푸는 고통스런 방식 대신에, 주주 가치 극대화의 대표주자 잭 웰치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살펴 보는 편법을 쓰겠습니다.

잭 웰치는 1981 GE 회장으로 취임한 뒤 20년간 회장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의 사업추진은 업계 1위를 하는 사업부만을 남기고 모두 정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들 1등 사업부들이 해당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도록 몸집을 키우게 하죠, 최고의 인재들을 뽑아 관리를 맡기고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게 하며, 그런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하위 10%의 인원들을 매년 회사에서 떠나도록 하는 방식으로 경쟁적인 조직 문화를 유지했습니다. 잭 웰치는 왜 이런 일들을 했을까요? 해당 산업에서 1등 하는 기업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 또 그 결과로 지금은 어느 정도의 시장 지배력이 있고 그런 힘으로 더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으며, 목표한 대로 점점 덩치가 커지면 그 시장 지배력도 세지고 또 덩달아 가격 결정력도 크게 할 수 있죠. 그리고, 그 사업부의 사업 전망도 그 사업부가 속한 산업의 장기 전망에 큰 틀에서 연동되게 됩니다. 결국 잭 웰치는 앞으로 급속히 커질 산업을 골라 그 산업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획득, 강화하고 독과점적 지위를 통해 높은 마진과 좋은 현금흐름을 지속하겠다는 스마트한 생각을 한 셈입니다. 문제 없어 보입니다. 적어도 GE 입장에서는 말이죠. 부침은 있겠지만 산업 성장에 따라 GE의 성장도 계속 될 것이고 산업 전망에 따라 주가는 자연 초과수익을 낼 것이고, 이익도 상대적으로 많이 날 것 같습니다.


결과는 어떠했나요? 잭 웰치의 재임 시기에 GE의 주가는 크게 올랐습니다. 잭 웰치가 취임할 당시 GE의 시가총액은 13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01년 그가 퇴임할 무렵에는 무려 4,840억 달러가 되었습니다. 시가 총액이 20년 동안 거의 40배가 된 것이죠. 기적과 같은 이 실적은 사실, GE가 계속해서 높은 성장률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적의 주인공은 잭 웰치 재임 기간 동안 천문학적으로 커버린 금융서비스 회사 GE Capital 입니다. 잭 웰치가 취임할 당시 유명 무실했던 GE Capital은 잭 웰치가 퇴임할 당시 GE 전체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게 되죠. GE를 은행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듣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잭 웰치가 퇴임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GE 주가는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특히, 2009 GE Capital의 엄청난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난 직후 GE의 시가 총액은 750억불로 곤두박질 친 적도 있었죠. 금융위기 탓도 물론 있었겠지만, 뭔가 예전의 GE가 아닌 것 같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주주 가치 극대화의 폐해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는 작년 보다 좀 더 높은 예상 성장 전망을 올해 시장에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전망을 달성해야 하구요. 또 다음 해가 되면 좀 더 높은 성장 전망을 보여줘야 하죠.
그리고 그 순환이 계속됩니다. 문제는 주가가 단순히 이런 요인에 의해서만 기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식 시장에는 주식 시장 자체의 전망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집단 심리가 작용합니다. 그래서 어떤 기간에는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이 벌어 들이는 순이익 $1를 평균 주가 $40~$50로 후하게 쳐 주다가도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는 시각이 팽배해지면, 순이익 $1을 주가 $20 이하로 박하게 보기도 합니다. , 개별 기업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서 순이익을 올리고, 향후 전망을 좋게 보이게 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즉, 외부요인에 따라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주가를 높이려면 아무래도 무리수를 쓰게 되는데 GE Capital이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지난 해 시장에 약속한 실적을 내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실적이 항상 계획한 대로 노력한 대로 나올 수는 없는 겁니다. 사람이니까요. 그럼,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갈 수도 있어야 하는데, 주주 가치 극대화가 이념이었던 시절에는 '그러려니'가 통하지 않았습니다. 시대가 원하지 않는 무능한 CEO로 낙인 찍혀 곧바로 야인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죠. 그렇게 내몰린 CEO들은 직원들을 칼 끝으로 몰아 당장 실적을 내도록 종용합니다. 그리고, 인건비 관리비 항목을 절감해서라도 현금흐름을 좋게 하기 위해 사람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정말 장기적인 사업 전망을 좌우할 수 있는 R&D 비용도 정말 '기술적'으로 줄여버렸죠. 눈에 잘 안보이게 그리고 말 안 나오게 말이죠. 결국 이런 CEO들의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회사 실적을 정말 환상적으로 만듭니다. 비용은 계속 줄고, 당기순이익은 폭증하는 겁니다. 하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죠.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점점 찾기 어려운 것이 되어가고,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당장 돈이 안 되는 혁신 노력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이제 왜 잭 웰치 퇴임 이후 GE 주가가 엉망이 되었는지 어느 정도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같은 시기에 주주들은 행복했을까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이 챙겨간 돈을 따져보니, 주주 가치 극대화가 극성을 부렸던 시기에 오히려 투자 수익률이 더 떨어졌습니다. 놀랍죠.

지쳐서 딴 생각을 시작하는 종업원, 원청의 단기 실적을 위해 납품 단가를 깎고 또 깎아 이제는 생존 자체를 위협 당하는 공급자, 돈이 되지 않으면 깨끗이 무시당하거나 홀대 당했던 고객, 금융회사의 단기 실적을 위해 묻지마 투자에 내몰렸던 투자자들, 그들의 소득과 그들이 내는 세금에 의존하는 지역사회, 이윤을 위해서라면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뒷전으로 밀렸던 환경. 이들 이해관계자 모두 주주 가치 극대화 시기에 예외 없이 패배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스테로이드를 남용한 결과, 현역시절 금메달을 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고지혈증, 고혈압, 심장 이상에 간기능장애까지 겪으며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30대 은퇴 선수 같은 모습이랄까요.


당신 회사는?

이전 글에서 언급 드린 바와 같이, 우리 시대 자본주의는 지금도 여전히 갈 길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흐름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맥락을 떠나 단기 실적만을 강조하면 관련된 모두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온다는 점에 모두들 동의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객을 좀 더 중요시하고, 장기적인 성과에 CEO의 보상을 연동시키는 등의 흐름이 포착되고 있죠.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주가나 당기 순이익에 집중하는 것이 점점 금기로 되고 있기도 합니다. 여러분 회사는 어떠신지요. 여러분 회사의 연간 사업계획 그리고 경영지표를 한 번 찾아 보시죠. 있다면 말이죠. 그리고, 여러분 기업이 아직도 스테로이드에 의존하는 기업인지 아니면 느리지만 운동을 착실히 하고 있는 기업인지 판단해 보실 수 있으실 테죠. 어렵게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가치가 그 정도일까요?

노파심에서 사족을 좀 달겠습니다. '배운 사람들이 애용하는 스마트폰,' 블랙베리로 유명한 RIM사에서는 경영진이 자사 주가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창업자가 만든 이 규칙을 어기면 전 직원에게 도넛을 사주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회사가 작았을 때는 규칙을 어긴 사람이 내가 하는 벌금이 크지 않았습니다. 몇 만원 정도였으니 견딜 만했죠. 그러다, 2001년 이 회사 COO가 증권사 컨퍼런스 콜에서 회사 주가를 언급했습니다. 규칙 위반은 위반이니 억울하지만 도넛을 사야 했고, 회사가 급성장한 탓에 무려 800명분의 도넛 값을 물게 되었죠. 수량을 맞추기 위해 도넛 가게에 특별 주문을 해야 했습니다.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800명 앞에서 위반자가 된 것이 부담스러워 보였는지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 이 규칙을 어긴 사람이 없었답니다. 이 말씀을 굳이 드리는 이유는, 누군가가 어느 날 갑자기 "단기 성과주의를 배격하자!"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여러분 회사에서 바뀌는 것이 거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주주 가치 극대화의 시대에 길들여져 온 우리들이 스스로 바뀌려면 지속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계속 외부 교정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런 교정 작업에는 시간도 비용도 소요될 수 있음을 반드시 감안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테로이드가 치료제로 계속 사용되는 동시에 여전히 남용되는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시고, 주주 가치를 적절한 맥락에서 존중하는 것을 병행하며 주주 가치 극대화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일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꼭 염두에 두셔야 탈이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