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보신 분들께서는 이 질문이 골프 핸디를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계실테죠. 오늘은 혁신 노력을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우리 회사는 몇 개나 어떤 범주에서 혁신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 번 따져 보시죠. 그리고, 뿌듯해 하실지 아니면 등에 식은 땀이 나실지는 여러분 몫입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혁신에 관한 주장을 적어 봅니다.
1.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2. 경영진은 혁신을 위한 "적절한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한다.
3. 경영진은 혁신을 위하여 충분한 자원을 할당해야 한다.
4. 경영진은 혁신을 위한 실험과 학습을 장려하고 실패를 받아 들여야 한다.
5. 경영진은 스스로 혁신에 직접 몰입해야 한다.
동의하시나요?
좀 더 적겠습니다. 어떤 이는 광기(madness)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똑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바라는 것."
더 잘하지 않고서는 즉, 개선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결과를 바랄 수 없고, 기존의 했던 방식을 깨뜨리고 새롭게 하지 않으면 즉, 혁신하지 않으면 뛰어날(outstanding) 수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하는 것이죠. 점점 더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절박하게 그 의미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한 분기(a quarter)를 앞서가려면 판촉을, 십년(a decade)를 앞서가려면 혁신을"
기업가라면 모두가 동의하실 명언입니다. 혁신의 결과물로 탄생한 어떤 신제품이 어떤 회사를 십년 이상 먹여 살리는 일은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너무나 많이 인용되어 이제는 너무 상투적인 느낌이 들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 예를 들겠습니다. 혁신의 결과를 탄생한 애플의 아이포드, 아이폰, 아이패드가 애플을 세계에서 두 번쨰로 시가총액이 큰 기업으로 만들었죠. 그리고, 애플은 1위 자리를 얼마 전에 잠시나마 차지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별 볼일 없었던 회사를 세계 1등으로 만든 것이죠. 혁신이 선택이 아닌 기업생존에 필수 아이템입니다.
혁신이 중요하다면, 혁신을 어떻게 이루어야 할까요.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 한 기업들을 사들여서 혁신을 이루어 나갑니다. 시스코나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처럼, 거액의 수업료를 낸 뒤, 돈 한 푼 건지지 못하고 크라이슬러를 되팔았던 사례가 대표적인 예죠. 기업 문화라는 부분까지 통합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임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기업 내부에서 혁신을 이루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모든 기업 경영자들이바라는 바 입니다. 그러나,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을 듣는 그 순간 막막하고 먹먹한 느낌이 드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만, 이런 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혁신을 분류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P&G 입니다.
P&G는 혁신을 체계화(systematization) 하여 2000년대 초반 15%에 불과했던 혁신의 재무적 성공률을 50%대로 높혔습니다. 노다지를 캔 것입니다. 물론 혁신의 체계화가 모든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기초를 튼튼히 다졌죠. 경쟁기업의 연구개발비를 모두 합한 금액보다 더 많은 연구개발비(연 20억 불)를 쓰고 연 4억불을 전 세계 소비자 행동 연구에 사용하여 70%가 넘는 인도인들이 아직도 손빨레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기업이 P&G입니다. 그리고, 혁신을 해야만 한다는 그리고 그것이 선하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경영진은 물론
종업원의 DNA에 세겨져 있다는 것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겁니다.
가슴 아파도, 다 살펴보고 또 다 따라할 수는 없는 것이죠. 오늘은 P&G의 혁신 노력 중에 혁신의 체계화의 한 단면을 살짝 보겠습니다. P&G는 혁신을 다음과 같이 네 개의 덩어리로 분류합니다.
1. Sustaining: "개선"에 해당합니다. 더 좋게, 더 쉽게, 더 싸게 같은 것이죠.
2. Commercial: 마케팅, 포장, 판촉 등의 혁신입니다. 올림픽 후원 마케팅 같은 것이죠.
3. Transformational-Sustaining: 이름이 긴 만큼 중요한 개념입니다. 기존의 제품군의 상품 개념을 다시 짜는(reframe) 혁신을 말합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기 때문에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나 재무적 성과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양치"의 개념에 머물러 있던 치약에 "미백" 개념을 추가하여 치약을 재정의 했죠. 그래서 나온 제품이Crest Whitestrips 입니다.
4. Disruptive: 전에 없던 제품을 새롭게 만드는 혁신입니다. 아직은 기존 제품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일부 제한적인 영역에서 아주 쉽고, 아주 값싼 기능을 하는 제품입니다. 초기엔 이렇게 낮은 자세로 등장하지만, 기술이 계속 개발되면 나중에는 기존 제품을 몽땅 역사속으로 밀어 넣기도 합니다. 일전에 소개 드렸던 유압 굴삭기 (hydraulic excavator)가 그랬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제품 중에는 P&G의 페브리즈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혁신은 1번과 3번에서 이루어집니다. 가장 혁신의 갯수도 많고 노력도 많이 해야 합니다. 즉, 다수의 혁신은 완전한 진공상태가 아닌 현업(core business)의 토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내부로부터의 혁신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되겠고, 특히 작은 기업의 경우에 모든 구성원이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겠죠.
이렇게 나누고 보니, 혁신안을 채택할 것인가 기각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잣대도 좀 여러 개를 써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번과 2번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NPV를 사용해도 좋겠지만, 다른 것들에는 리스크를 감안한 리얼 옵션 접근법을 써야 할 것도 같고, 보다 정성적(qualitative)인 평가 방법을 써서 평가 해야 돈이 되는 혁신 아이디어를 사장시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점은, 4번의 경우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에 대하여 최소한 매우 관대해야하고, 칭찬해 주어야할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노력이 여러분의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중요한 점검 포인트입니다.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기업의 수명을 평균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4번 혁신을 반드시 해야합니다. 예외 없습니다.
맺으며...
뭔가를 분류해 놓으면 참 많은 것을 덤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혁신을 분류해 봤더니, 혁신과 좀 더 친해진 것 같습니다.
어떤 제도 한 두 개를 도입해서 기업이 혁신에 성공한다면, 대다수 기업들이 수백년의 수명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군에 따라 수년 혹은 수십년 정도의 평균 수명이 고작입니다. 혁신을 이루어 내는 기업으로 변신하는 일은 시간도 돈도 많이 드는 작업인 탓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인재가 사장되거나 회사를 떠나지 않고 적재적소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Right people do the right work.)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How P&G Tripled Its Innovation Success Rate, Harvard Business Review, June 2011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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