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윤리문제를 좀 다루겠습니다. 윤리(ethics)는 옳고 그름 (right and wrong)을 가르는 것과 관련된 것이라, 읽으시는 분들 중에 좀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역시 윤리문제는 머리 아픈 무엇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회사 생활과 관련해서 단지 “내가 남을 속이거나 도둑질 하지 않으면 된다” 정도로 윤리문제를 소박하게 생각하고 살죠.
그러나, 회사의 정책을 만들어 내고, 집행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윤리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도입한 어떤 정책이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 착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마음의 갈등 없이 착하게 살게 해 주는 일도 아주 중요한 일 아닐까요? 실제로 기업 윤리에 많은 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에 있어 비윤리적 행위는 광범위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의도로 새로 도입된 정책이 종업원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조장한 사례입니다. 십 수년 전 백화점으로 유명한 시어스 그룹에서 아주 간단한 결정이 내려집니다. 자동차 수리공의 작업시간당 매출액 목표를 $147로 올린 것이죠.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면 목표 달성을 위해 자동차 수리 서비스 부문 종업원들이 수리작업 속도를 높여서 좀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목표는 의도대로 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았죠. 영리한 종업원들이 수리비를 과다하게 청구하거나 고장 나지도 않은 부분을 수리했다고 거짓 청구하는 방식을 쓰기 시작한 탓입니다. 치료 내용과 과정에 대해 의사와 환자 간에 “아는 것”에 차이가 나는 것과 같이, 수리공과 고객 사이에 필연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 정보의 비대칭성 (information asymmetry)을 영리한 수리공들이 악용한 것이죠.
잘못 고안된 목표 (ill-conceived goals)
종업원들에게 조금 어렵고 또 구체적인 목표를 주는 것은 단순히 “최선을 다해라”라고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어스 사례에서와 같이 단지 생산량을 늘일 것을 종용하는 것과 같은 방법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가 바로 품질 문제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거나 품질관리(QC) 부서에서 꼼꼼히 관리하지 않는 부분을 대충 처리해 버리는 것이죠. 눈에 보이지도 않고 평소에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때로는 대형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회사의 평판에 큰 손상을 입기도 하고, 제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도 합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알게 되는 대목입니다.
이런 실패를 면하려면, 경영자들은 종업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정책 도입 전에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종업원들이 비윤리적 행위를 할 동기를 사전에 최소화하고 비윤리적 행위를 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기 보다는 어려운 상황을 솔직히 보고하도록 장려하는 편이 더 좋습니다. 작업자가 어려움을 느끼거나 개선점을 발견해도 그것을 경영층에 말할 경로가 막혀있거나, “말해봐야 소용 없더라”는 생각이 박혀 있다면 상황은 훨씬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 회사는 어떠신지요?
장려된 윤리 불감증 (motivated blindness)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불도저 같이 일정을 밀어 붙이는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사장님을 한 번 상상해 보시죠. 어느 날, 품질관리 부서에서 신제품에 사용자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그런데, 이 사장님 보고서 집어 던지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제품 출시 일정이나 챙겨! 가봐!” 보고서 들고 올라갔던 QC 팀장 이제 앞으로 일을 어떤 방향으로 하게 될까요? 1970년대 연료 탱크 폭발 문제로 수 많은 인명사고를 일으킨 Ford의 소형차 Pinto의 출시를 앞두고 똑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장은 그 유명한 Lee Iacocca 입니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습니다, 반대되는 정보를 쉽게 간과하면서 말이죠. 이런 심리 현상을 motivated blindness라고 합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는 것이죠.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 누구도 그 실체를 정확히 몰랐던 MBS나 CDO심지어 CDO2 같은 파생상품에 미국 국채와 같은 신용등급 “AAA”를 부여한 신용평가회사들 기억 하시나요? 거액의 신용평가 수수료에 눈이 멀어 신용평가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들은 마구 도장을 찍었죠. 우리 주위에서도 사실 이런 사례는 수 없이 많습니다.
단지 종업원들에게 “옳은 일을 해라” 혹은 “착하게 살아라”라고 종용하는 것만으로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없습니다. 해고되거나 왕따가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렇게 행동할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경영자들은 혹시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이해관계 충돌(interest conflict)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조직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제거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보상체계(incentive system) 부분을 잘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엄청난 통찰력과 지혜가 필요한 일인 동시에 그렇게 해야만 기업이 장수한다는 것을 경영자가 절박하게 느껴야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참 어려운 문제죠.
딱 한번의 유혹 그리고…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공직사회 부정부패 문제가 큰 이슈였습니다. 청백리로 상을 받은 어느 강남구청 공무원은 한 인터뷰 기사에서 “딱 한번만” 이라고 생각해서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부정부패의 늪으로 빠져드는 동료들을 많이 봤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처럼 비윤리적인 행위는 한 번 빠져들면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 속성이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도 무엇이든 사소한 비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초기에 원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죠. 다만, 연루된 사람을 징계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도록 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얻은 성과
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한다는 잘못된 생각에서든 아니면 단지 정말 뛰어난 성과에 도취되어서든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얻은 성과에 대해서는 보너스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칭찬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비윤리적으로 얻어진 성과에 보상이 따른다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를 조장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관리자들과 경영자들은 결과에 대한 보상 보다는 최선의 결정(quality decision)과 행위에 대해 보상을 해야겠죠. 결과가 좋다면 금상첨화죠. 이렇게 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조건적 성과 지상주의의 폐해나 동기와 과정을 중시하는 보상관행의 혜택이 단기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하신다면 반드시 유념하실 내용입니다. 또, 외주업체나 비슷한 방법으로 제3자에게 비윤리적인 행위를 떠넘기지는 않는지도 살펴보셔야 하겠습니다.
윤리 만트라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결정과 관련해서 어떤 윤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입에 착 달라붙은 주문(mantra)처럼 말이죠. 그리고 여러분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하도록 교육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나 여러분들 종업원들이나 모두 재무적 기준에 치우친 의사결정에 너무나 익숙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회사의 장기적 생존확률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 입니다.
실천에 옮겨 볼까요? 먼저, 여러분께서 여러분 부하직원들과 함께 정한 핵심성과지표(KPI)를 먼저 살펴보시죠.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하셔야죠. “김과장의 KPI에 어떤 윤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여러분 회사의 KPI는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