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3일 수요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인식 변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인식 변화

1. CSR에 대한 기존 인식
 - 선행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
 - 녹색(green) 이미지의 과다한 사용
 - 부수적 경영 관리 영역

2. CSR에 대한 새로운 접근
 - 제품 설계 및 공급망관리 등의 기업 핵심 기능에 적용되기 시작.
 -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경쟁 우위 원천으로 인식되기 시작.
 - 별도 조직 신설 경향
           - 최고지속가능성담당임원 (CSO: chief sustainability officer)
           - 지속가능성 전담 조직 (sustainability unit)



3. 변화 경향
 - CSR과 비용절감(lean) 개념의 결합 경향
           - 유니레버: 헹굼이 용이하여 물 사용량을 줄이는 새로운 세제
 - CSR 목표의 계량화 경향
           - 나이키: 자재 지속가능성 지표 (Materials Sustainability Index)
           - UPS: 개별 택배 화물별 탄소 발생량 추적
 - CSR과 기업 혁신 통합 추구 경향
           - 나이키: PET 병을 재생하여 만든 폴리에스터 소재를 사용한 의류 디자인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는 신발 디자인
                      헌 운동화 리사이클링 프로그램 운영
 - CSR과 공유(sharing) 개념의 결합 경향
           - 경쟁사와 공급자의 관계 변화
           - 스타벅스: 경쟁사와 합동으로 1회용 커피 컵의 환경 영향에 대한 회의 개최
           - 나이키: 자재 지속가능성 지표를 지속가능의류연맹(SAC) 회원사와 공유
           - 유니레버: 인도의 10만 촌락에 방문 판매를 수행하는 4 5천명 인력 육성
           - 네슬레: 커피 공급자 대상 커피 수확 증대법 교육
           - 월마트: 공급사 대상 지속가능성 평가표 (sustainability scorecard) 적용

4. 시사점
 - CSR CSV(공유가치창출)은 간과할 수 없는 필수적 경영 관리 목표.
 - CSR 목표와 기업 활동 (설계, 공정, 구매, 공급망 관리) 간의 적극적 연계 노력 필요.
 - 타당한 성과 지표 개발 및 재무적 성과 등에 관한 모니터링 필요.
 - 개발된 성과 지표 및 성과 등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
 - “CSR 선도 기업이미지 및 착한 기업 이미지추구 필요.



Good business; nice beaches: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is evolving, and becoming a little less flaky, Economist 2012. 5. 19. 아시아판

2012년 5월 20일 일요일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위대한 변명: Subliminal: How Your Unconscious Mind Rules Your Behavior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위대한 변명,
Subliminal: How Your Unconscious Mind Rules Your Behavior를 읽고

당신이 무언가를 원할 때,
전 우주가 비밀스럽게 뜻을 모아
당신이 그것을 성취하도록 도울 것이다.
When you want something, all the universe conspires in helping you achieve it.
연금술사(The Alchemist) 중에서


분노, 증오, 슬픔, 절망, 공포 등 모든 부정적 감정에 불을 댕기는 아미그달라(편도체)이다아미그달라는 생존을 책임진 만큼, 두뇌 한가운데의 변연계 가장 깊숙한 곳에 튼튼히 자리 잡고 있다엄지손가락만 한 크기나 기능은 원시시대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와칭 중에서



,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저자

어느 잡지의 서평(http://econ.st/GRSR9O)을 통해 알게 된 책. 올해 4 24일 출간 된 책이다. 출간 1주 이내에 어떤 책을 사긴 처음이다. 사회인지신경과학(social cognitive neuroscience) 책을 사는 것도 물론 처음이다. 이 다소 긴 이름의 학문은 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 인지 심리학(cognitive psychology) 그리고 신경과학(neuroscience)이 융합된 영역이다. 문외한인 나의 나름의 이해대로 이 학문분야를 설명하자면, 인간의 사회적 활동에 있어 구체적으로 뇌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작동해서 그랬는지 관심을 가지는 학문이다. 골치 아프고 까다롭고 복잡한 학문이지만, 엊그제 새로 사귄 여자친구와 멜로 영화를 보러 가야 할까 아니면 호러 무비를 보러 가야 할까에 대한 판단을 신경학적으로 내려주기도 한다. (호러 무비가 정답이다. 괴물이 끔직할수록, 오래 쫓겨 다니는 영화일수록 좋다. 참고로.)

책 제목 Subliminal을 제대로 번역하자면, 뭔가 요상한 전문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냥, “무의식정도로 번역하자. Subliminal 두뇌의 활동 중에 의식적인 것을 제외한 부분을 가리킨다. 백점짜리 예는 아니지만, 운전대를 잡기도 전에 친한 친구와 전화를 시작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정말 재미있게 수다를 떨었던 사람이라면, subliminal이란 단어가 확 이해될지도 모르겠다. 어찌 왔는데, 전혀 신경 쓰지도, 기억 조차 하지 않지만 나는 집에 도착해 있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지금부턴 의식과 무의식을 철저하게 구분해 보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의식이고 운전을 너무나 잘 해낸 것은무의식이다. 그리고,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마치 무의식과 의식이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는 별개의 개체라도 되는 듯 가정해 보자, 무의식과 의식은 상호 독립적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속고 속인다. 맛보기로, 놀라운 사실 하나.

두뇌의 인지 활동 (100%) = 의식의 인지활동 (5%) + 무의식의 인지활동 (95%)
, 추정 비율.



저자 Leonard Mlodinow (http://bit.ly/84PSK)는 유명 작가다. 스티븐 호킹과 함께시간의 역사를 공동으로 지었다. 유명 잡지에 서평을 올리는 일은 역시 웬만한 내공으로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정독하고 난 후에 든 생각.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연금술사, 시크릿, 와칭, 당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설득 당하는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등등의 책에 등장한 다소 황당한 내용들이 허황된 것이 아니라 상당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뇌의 기본 구조

내가 알고 있었던우리 뇌의 구조는 중학 시절 처음 접한 Apple II+ 컴퓨터의 기본 구조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뇌를 한없이 우습게 여긴 것이다. 오감(S)으로 정보가 입력되면 뇌라고 불리는 중앙처리장치와 기억장치를 겸한 곳으로 들어가 처리된다. 뇌는 여전히 신비의 영역이어서 잘 알 수는 없지만, 의식(C)과 무의식(U)로 나누어지고, 의식이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이 있다. 처리된 정보는 출력으로 바뀌어 대부분 언어적 표현(V)으로 일부 몸짓이나 표정 같은 비언어적 표현(N)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컴퓨터와 다른 점이라면, 무의식 영역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내가 믿고 있었던 바, 정보 접수와 1차 처리는 무조건 의식이 독점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 글에서 사용된 구조도는 문외한인 내가 그린 것이다. 자유롭게 사용해도 좋지만, 내용이 과학적으로 맞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나의 이런 무지 몽매함은 명쾌하게 정리되었다. 뇌는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중은 감각계로부터 초당 천백만비트로 입력되는 감각 신호 대부분을 실시간으로 완벽히 처리하는 슈퍼컴퓨터에 해당하는 무의식이다. 무의식은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많은 중요한 것을 결정해 버리는 권력을 가졌다. 과학자들이 어떻게 그리 잘 알 수 있는가? fMRI 덕분이다. 이제는 굳이 두개골을 열어 뇌 속에 전극을 넣지 않아도, 뇌의 어떤 부분이 어떤 강도로 일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여하튼, 무의식은 비 언어적 표현, , 얼굴표정이나 몸짓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의식은 무의식이 만드는 표정을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완벽히 재현할 수 없다. , 억지 웃음과 억지 울음은 들통나기 마련이다. 마음을 숨기고 싶다면 무표정하자. 다만, 화날 때만 무표정한 것은 무효다.




직렬 vs. 병렬 그리고 상호 의존 vs. 독립

우리의 뇌는 입력연산출력 과정이 하나의 경로만 이루어지는 직렬 구조가 아니다. 연산을 담당하는 영역이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른바 병렬구조다.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은 상호 독립적으로 연산을 수행한다. 믿기 어렵지만 그렇다. 증거도 있다. 우리 뇌에서 의식을 담당하는 영역 그리고 그 중에서 시각신호 처리 영역이 사고나 질병으로 손상된 사람들이 있다. 아래 그림에서처럼 의식 영역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연산장치가 고장 난 것이다. 그런 환자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완전한 암흑인 것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장애물들을 불규칙하게 설치된 복도를 걸어보도록 한 실험을 했다. 놀랍게도, 생존을 담당하는 수퍼컴퓨터 무의식이 온전하게 작동한 덕분에 환자는 장애물들을 피해서 걸어갔다. 무의식은 독립적으로 시각신호를 받고 장애물을 피해가기 위해 필요한 연산작용을 수행한 것이다. 여전히 믿겨지지 않지만, 의식과 무의식은 상호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우리 머리 속에 뇌가 두 개 있는 것이다.





기억, 감정, 그리고 사랑에 빠지는 것

수퍼컴퓨터 무의식은 우리의 기억도 감정도 조작한다. 받아 들이기 불편한 사실이지만, 우리의 의식이 아무리 정확한 기억을 유지하려고 노력해도 우리의 기억은 무의식에 의해서 조작된다. 오래전 여행지에서 자신이 녹화한 동영상을 재생해 본 적이 있는가? 무의식은 기억의 세세한 부분을 멋대로 조작한다. 그래서 수없이 억울한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기도 하고,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애먼 사람이 혼쭐이 나기도 한다. “당신이 분명히 그때 그렇게 말했잖아!” 하고 말이다. 우리기 기억을 믿지 말자. 그리고,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한번쯤 생각해 보자. 세상이 평화스러울 것이다.

우리의 느낌이나 감정도 그렇다. 이렇게들 믿고 있다, 내가 하는 말과 논리가 옳아서 상대방이 나에게 동의하며, 또 나의 외모와 나의 스펙이 뛰어나서 내가 이성을 유혹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반대다. 우리의 무의식은 합리성과 관계 없이 "자기만의 기준"으로 순간 판단을 내린다. 저 친구 맘에 들어, 믿음직해 또는 좋아! 이런 빠른 판단을 내린 우리의 수퍼컴퓨터 무의식은 아직도 그 사람 명함을 쳐다보고 직장을 물어보고 있는 우리의 느림보 의식에다 이렇게 주문한다. 저 사람 좋아할 만한 점을 다 찾아서 보고해! 그러면, 우리의 의식은 명령에 따른다. 성격이 좋아 보인다거나, 누구를 닮았다거나, 말을 참 잘한다거나, 좋은 학교를 나왔다거나, 돈이 있어 보인다거나 그런 뻔한 이유들을 기필코 우리의 의식은 찾아낸다. 사람마다 그런 장점 몇 개씩은 있게 마련이고 또 그것이 사실인지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명백한약점들은 이렇게 처리된다. 예컨데, 그의 얼굴에 있는 점들과, 약간 튀어나온 배 그리고 그의 까칠한 성격은 그의 귀여움과 쿨함이 된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그 사람을 믿고, 의지하며,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약삭빠른 무의식이 스스로의 결정을 확정한 뒤, 의식에 명령을 내려서 그럴만한 이유를 찾아 내는 작업을 Motivated Reasoning 이라 한다. 여기서 motivated는 뭔가 그럴 만한 동기가 있단 뜻이고 reasoning은 추론이라는 뜻 보다는 합리화 또는 정당화를 의미한다. 관련된 심리학 실험 내용이다. 남자 지원자와 여자 지원자가 같은 직업을 구한다. 이력서는 두 개. 하나는현장 경험이 하나는꼼꼼한 일처리 능력이 강조되었다. 실험이니, 남자와 여자는 이력서를 이름만 바꾸어 번갈아 들고 다닌다. , 남자와 여자의 이력서에 적힌 능력의 차이는 전혀 없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남자 지원자를 뽑았다. 남자를 뽑은 이유를 물었더니, 절반은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고, 또 다른 절반은 꼼꼼한 일처리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라서 뽑았다고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리 말하면 미국에서는 감옥에 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은 스스로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다.


한없이 불편한 인간의 불완전함

무의식은 교묘하게 의식을 속여가면서 의식적인 판단을 자신의 결론대로 끌어가는 무서운 능력을 가졌다. 그리고, 그렇게 무의식에게 철저하게 속은 의식은 속은 줄도 모르고 스스로 그러한 결정을 내린 스스로를 대견해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똑똑함과 논리와 정의로움을 자랑했던 우리의의식은 우리무의식의 하수인 정도였던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의 합리성의 정체를 알기 쉽게 풀어주는 우스개 소리를 적는다. 책에 소개된 것이며, 실재하나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한 가톨릭 신자가 죽었다. 하나님 앞에 갔다. 그는 하나님께 평생을 착하게 살아왔지만 가톨릭 신자로서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차별주장은 근거가 그다지 많지 않다. 서양에서 가톨릭 신자가 차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계신 하나님. 하지만, 하나님은 이렇게 천국 입장에 조건을 건다. “내가 말하는 한 단어의 철자를 정확히 대면 너를 천국에 들여 보내 주겠다.” 그리고 입을 천천히 열었다. “God!” 운 좋은 거짓말쟁이 가톨릭 신자는 날쌔게 대답한다. “G – O – D!” 그리고 그는 천국에 들어간다.

다음, 한 유태인이 똑 같은 상황에 처한다. 그도 역시차별 받았다고 주장한다. 유태인이 차별 받을 가능성은 가톨릭 신자보다는 조금 높지만 멀끔하게 맨하탄에서 증권 브로커로 잘 살다 온 백인 유태인이 차별 받았을 가능성이란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하나님은 공평하시다. 동일한 조건. 그리고 그 유태인은 외친다. “G – O – D!” 그리고 그는 천국에 들어간다.

뒤이어, 한 흑인이 들어왔다. 그리고 울먹였다. 평생 피부 색깔 때문에, 게으르고 거짓말쟁이로 차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행색을 보니 그럴 듯 했다. 물론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은 그에게 따스하게 말씀하신다. “아들아 천국에는 차별도 눈물도 고통도 없단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그리 했으니, 지금 내가 말하는 이 한 단어의 철자를 정확히 말해주겠니?” 동일한 조건! 공평하고 합리적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또렷이 말씀하셨다.


















Czechoslovakia!
(체코슬로바키아)

우리의 합리성이란 이런 것이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다. 반대로, 불편한 것은 거부해 버린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자신이 합리적으로 모든 것을 받아 들인 후, 생각을 많이 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믿는다. 우리가 믿는 합리성은 카톨릭 신자와 유태인과 흑인 모두에게동일하게 한 단어를 요구했다는 것딱 거기 까지이다. 그리고,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이렇게 쿨하게 외친다. 체코슬로바키아!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위대한 변명

불과 몇 만년 전, 북반구 어딘가 추운 곳에 살았던 윈시인. 어느 겨울 날,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한 채 아침 일찍 허기를 참지 못해 자리를 털고 나간 사냥. 하루 종일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저녁, 어둠이 깔리기 전 맹수를 피해 동굴로 돌아와 탈진한다. 사랑을 나눴던 여인과 여인의 자식들은 동굴에 퍼진 전염병에 죽어간다. 누워 지난 날을 회상했다. 가뭄, 홍수, 지진, 맹수들그리고, 자신을 낳다가 죽었다는 자신의 생모에 관한 이야기그러다 그는 잠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온전히 정신을 차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래서, 인간의 무의식은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서서히 아주 조금씩 덜 불행했던 것으로 기억 바꾸기 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기억 조작에 나선 것이다. 기억 조작을 여전히 믿기 어렵다면, 자신의 대학시절 학점을 떠올려 종이 위에 적어 놓고 회사에 제출된 대학 성적표를 찾아 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학점을 실제 보다 더 좋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무의식은 과거의 나 뿐만 아니라 현실의 나를 평균 이상의 뛰어난 사람이라고 믿도록 한다. 내일 다시 일어나 사냥터로 나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95%의 사람들이 자신은 평균 이상이라고 믿고 산다.

이 책은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해 위대한 변명을 늘어 놓는다. 이 모든 불완전함이 살아 남기 위해 인간이 축적한 생존 기전(survival mechanism) 이라고.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조작하며 긍정적인 착각을 하게 만드는 이 모든 오류의 원인이 생존을 위한 것이란 것이다. 그래서,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적과 동지를 식별해서 마음을 열거나 닫아 버리는 인간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맹수의 공격을 피해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의 수퍼컴퓨터 무의식이 나름 개발한 훌륭한 기전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존기전이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까? 쓸데 없는 오해와 편견이 인재를 채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이 방해 하지 않는가? 물론, 대단히 그렇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인간이 원래 그런 것을. 그래서, 이러한 깨달음을 가지고 현대 경영학은 똑똑한 MBA들에게 인간의 이런 비합리성에 알아서 잘 적응하라고 타이른다.


희망의 이유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희망이 있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잘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인간의 불완전함은 희망의 단초가 된다. 요컨데, 존 스튜어트 밀이 도덕감정론에서 또 경제학의 태두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정의한 것처럼 인간은 차디찬 이성만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적당한 상황에서는, 같은 동네에 사는, 같은 나라에 사는 또는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얼마든 서로 도와 북돋으며 사랑하고 살 수 있는 그런 이타적인 존재일 수 있는 것이다.

긍정하고 열망하고 기대하자. 심리학자들이 쥐를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아무런 기준이 없다. 똑 같은 능력을 가진 쥐들을 그냥 두 그룹으로 나누어 놓았다. 그리고, 학생들을 불러 역시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에는보통 쥐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다른 그룹에는미로 찾기에 매우 뛰어난 선발된 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쥐들은 동일한데,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한 쪽은 다소 부정적인 편견을 또 다른 쪽은 아주 긍정적인 편견을. 결과는 놀라웠다. 뛰어난 것으로 소개된 쥐들의 성적이 훨씬 수 십 퍼센트 더 좋았던 것이다. 긍정적인 기대는 전이된다부정적인 기대도 마찬가지다. 축복과 저주도 그러하다.

오늘도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산다. 그러나, 희망을 가지고, 긍정의 눈으로 주위 동료와 부하를 바라보자. 그리고, 그들이 잘 할 거라고 기대하자.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능력 있는 친구 들이라고 믿자. 그리고, 우리 팀이 성취할 뛰어난 성과를 열망하자. 나의 삶도 행복하고 성공적인 것이라 믿자. 미로를 훨씬 더 잘 찾았던, 좋은 성과를 내도록 기대 되었던 쥐들처럼, 내 부하도, 내 동료도, 내 자식들도, 내 배우자도 또 나도 더 잘 할 것이다. 사람이 쥐들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제대로 믿기만 한다면.

목차
Part I The Two-Tiered Brain
           Ch. 1    The New Unconscious
           Ch. 2    Senses Plus Mind Equals Reality
           Ch. 3    Remembering and Forgetting
           Ch. 4    The Importance of Being Social

Part II The Social Unconscious
           Ch. 5    Reading People
           Ch. 6    Judging People by Their Covers
           Ch. 7    Sorting People and Things
           Ch. 8    In-Groups and Out-Groups
           Ch. 9    Feelings
           Ch. 10   Self 

2012년 3월 18일 일요일

어떤 천재의 경영 기법 - “직원을 어떤 존재로 보는가?” 이것이 경영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어떤 천재의 경영 기법 -
직원을 어떤 존재로 보는가?”
이것이 경영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벌써 2주가 지났다. 토요일 아침, 침대에 누워 게으르게 밀어 올리던 트위터에서 셈코 이야기”(The SEVEN-DAY WEEKEND by Ricardo Semler)라는 책을 발견했다. 어떤 경영 컨설턴트가 쓴 가슴 벅찬 소개 글에 반해 전자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고 휴일이 끝나갈 무렵 책 대부분을 읽었다. 책 속에 빠져 들었던 것이다. 좋은 책이다.


                                           저자의 서재

오스트리아 출신의 브라질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21살에 하버드대학서 MBA를 받는다. 영재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아버지의 사업을 경영하기 시작한다. 경영자 수업이 아니라 경영이다. 길고 긴 토론 끝에 아버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취임한지 몇 일 만에 아버지가 애지 중지하던 고참 매니저들 2/3를 잘라냈다. 1982년의 일이다. 당시 아버지 회사의 매출액은 사백만불 정도. 2003년의 매출액은 이억천이백만불이다. 임직원 수도 90에서 3,000명으로 늘었다. 여기까진 재미 없다. 어디선가 들었던 너무나 뻔한 스토리 같다.

서문을 보자.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성공 원인은 매우 간단합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에 반드시 따라온다고 체념해버리는 작업의 반복, 지루함, 짜증남 같은 것들이 기쁨, 영감 그리고 자유로 대체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 여러분께 현실이 되도록 나는 바랍니다.”
“It’s very simple – the repetition, boredom, and aggravation that too many people accept as an inherent part of working can be replaced with joy, inspiration, and freedom. That’s what I wish for everyone who read this book.”

이제는 뻔한 스토리라는 느낌에서 확실히 벗어났다. 더 나빠졌다. 70년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뻔한 약을 파는 약장수 같은 느낌이다. 조금 더 나가, 만병통치약과 불로장생약을 파는 부류로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냉철한 경영자이다. 사람들을 정확히 또 끝까지 이해했고, 사람들을 이용했고 그래서 성공했다. 그리고 그의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3,000명 직원 중에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사람은 매년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는 어떻게 사람을 이해했는가?

그는 새로운 것들을 보고 읽으며 생각 속에 빠져드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깨달음에 무릎을 탁 치며 기뻐한다. 매일 흥미를 느끼는 분야도 다르다. 태양계 행성을 공부하다 어떤 단어를 우연히 만나서 문예부흥기의 이탈리아나 분자이론으로 빠져드는 식이다. 앉아서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북극에서 개 썰매를 타기도 하고, 챠드의 수도승과 만나며, 르완다에서 후투족에 다가서고, 르완다 남부의 작은 도시 Nyamata에서 벌어진 학살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세워진 박물관에서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그는 자유로운 천재다.

그래서 그는,

그런 그는, 종업원을 스스로 판단해서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어른이라고 여긴다. 말로만 그렇게 여기는 것이 아니다. 종업원들에게 자유를 준다. 종업원들은 사장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사장이 들고 온 사업계획에 해고의 위협을 전혀 느끼지 않은 채로 반대할 수도 있다. 종업원들은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에 집기를 사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필요에 의해 다른 곳으로 치우기도 하고, 회사가 어떤 곳에 돈을 쓰는지 종업원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 재무제표가 아니라 지출 내역이다. 급여도 종업원들이 스스로 정한다. 직원들은 모든 것에 대해 왜 그렇게 해야 하나?”라고 물을 수 있다. 따라야 할 규칙은 없다. 양복을 입어야 할 필요도 없고, 짧은 바지를 입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심지어 그는 직원 자신의 흥미 또는 이해관계가 회사의 그것들에 우선해야 한다고 믿는다. 흥미를 느끼고 그것이 자신에게 유익해야 신나서 일할 수 있고 그럴 때에 위대한 성과가 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내 민주주의를 실천한다. 그리고, 감시하고 통제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을 공개한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지켜보게 한 것이다. 사장이 쓴 판공비도 영업부 최부장이 쓴 영업비도 인사부 김과장의 연봉도 알 수 있다. 미심쩍은 것이 있다면 직원 누구든 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뭔가 구린 것이 생길 여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사장으로서 많은 안락함을 버려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그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성공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의 성공 속에는 모든 면에서 균형을 잡고 사는 행복한 직원들이 모여 열심히 일하는 회사라야 지속가능하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이익이 늘어나며 성장을 지속하고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최고의 인재들이 회사로 모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철학은 민주주의와 공개 소통을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질문과 직장에서의 반대의견을 기꺼이 허용, 장려, 촉진하는 것입니다.”
“It’s our philosophy of embracing democracy and open communication, and inciting questions and dissent in the workplace.”

그렇다. 민주주의는 서로 반대할 자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무엇 들이, 서로 절대로 조화 되지 않을 것 같은 무엇들이 모여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Strange and seemingly incompatible combinations can yield powerful results.) 그래서 또 그는, 직원들이 직군을 옮기려는 시도를 당연하게 여긴다. 인사팀 김대리가 목요일 오후마다 영업팀 업무를 보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말이다.

총알이 하나뿐인 총

물론 민주주의 방식은 절망적이기도 하고, 느리고 또 거추장스럽다. 지휘관이 명령하고 명령대로 통제되는 조직의 스피드를 도저히 당해 낼 수 없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종업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비판을 수용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입으로 떠들다가 막상 현업에서는 명령과 통제 시스템을 답습하곤 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들의 입만 아팠을 뿐 그들 몫의 실익은 이 세상에 없다. 종업원들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민주적 방식이 성공하려면, 종업원들이 자발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그들은 진정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 만약, 그들이 겉으로 자유를 누리는 척 하면서 속으로 상사의 눈치를 보며 해고당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 한다면 얻을 것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종업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적 시스템은 무너지기 쉽다.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집에 도무지 가지 않는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자유를 실천했던 정 과장이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순간, 다수의 직원이 열성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사장이 중단시키는 바로 그 순간에 무너진다. , 권총에 든 총알은 하나 뿐이며,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사장이 원하는 것을 단 한 번 얻을 수 있겠지만, 민주적 시스템은 무너진다. 그리고, 복구에는 긴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수반된다. 그래서 민주적 시스템 아래에서는 총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맺으며,

문제는 저자와 같은 현명하고 기다릴 줄 아는 경영자가 많지 않다는 점 그리고 월스트리트가 기업들을 단기성과를 기준으로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기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기업을 공개하지 않았다.

세상에 민주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앞으로 더 많이 나타날 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적용되기 힘들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다. 시도해 볼 만 하지 않은가!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윤석철 교수 저 "삶의 정도"를 읽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윤석철 교수를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윤석철 교수의 팬이 되었다. 윤 교수는 독문학사 원자력공학 석사 경영학 박사이다. 통섭적 지식을 가진 셈이다. 그래서 그의 책에는 인문학적 냄새와 수학적인 간명함이 공존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 기업의사회적책임(CSR)이나 공유가치창조(CSV)의 착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냉철한 기업 전략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포터 교수의 냄새도 난다. 마이클 포터 교수도 우주공학 학사 경영학 석사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윤교수의 책은 생존 부등식이라는 개념 하나로 집약된다. 간명하다.

V(가치) > P(가격) > C(원가)

보는 이에게 실소마저 일으키는 이 부등식의 의미는 이렇다. 물건 값은 물건을 만들 때 들어간 돈보다는 커야 한다. 그리고, 물건 값보다 그 물건을 사서 쓰는 사람들이 느끼는 가치가 더 커야 사람들이 돈을 내고 물건을 산다는 것이다. 이 조건이 성립 해야 기업이 살아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존 부등식이다.

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부등식에 거의 대부분의 경영학적 가르침이 녹아있다. 대단한 통찰력이다. 좀 더 자세히, 부등식의 오른편을 보자. 가격과 원가의 차이가 기업이 챙기는 이익이다.

P(가격) - C(원가) = 이익

매출총이익인지 영업이익이지 경상이익인지 세전이익인지 당기순이익인지 따지지 말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높이고 원가를 낮추면 된다. 이것이 월스트리트가 주주의 지위에서 세상의 모든 기업에게 요구하는 바다. 그리고 월스트리트는 분기마다 정확한 목표를 숫자로 제시한다. 어떤 기업의 이익과 현금흐름이 어떠해야만 한다고 미리 정해 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업의 CxO들은 모든 힘을 다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 일견 문제 없어 보인다. 그럴까?

예를 들어 보자, 어떤 CEO가 월스트리트가 정해 놓은 이번 분기 혹은 다음 분기 이익 목표 달성을 위해, 월급 많이 가져가는 고참 엔지니어들을 잘라 내고, 쉰이 넘은 직원들을 하루아침에 정리해 버렸다. 금세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연구개발 프로젝트들은 이름만 남기고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지출을 줄였다. 직원을 해고하고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몇 개 날린다고 하여 시장에서 이번 분기 또 다음 분기에 팔리는 물건의 양에 당장 영향이 없다. , P는 유지하면서 C를 줄이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그 CEO는 월스트리트가 정한 목표를 달성하고 거액의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챙긴다.

이렇게 하면 뭔가 문제가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이것이 상식이고 이것이 직관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아주 오랫동안 이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잘못을 저질러 왔다. 1980년대부터 전 세계적인 규범이 된 주주가치극대화(maximizing shareholder value)가 주범이다. 주주가치극대화의 최대 단점은 단기성과를 극대화하는데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장기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주주가치극대화에 매몰되면 좋은 기업을 당장 반짝 할지 모르나, 곧 꺼져버릴 등잔처럼 부실한 기업으로 만들어 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이제 생존부등식이 왜 위대해 보이는지 살펴보자. 부등식의 왼편이다.

V(가치) > P(가격)

단기 실적을 바짝 내기 위해 오랜 동안 노력하다 이내 부실해져 버린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점점 없어져 간다. 왜 그럴까? 기업은 사업을 기획하는 사람,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 하는 사람, 그것을 만드는 사람, 그것을 잘 파는 사람 들이 모여서 공통된 목표를 향해 협동하는 장이다. , 사람들이 모여 마음을 모아 일하는 곳이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또 오십만 되면 확실히 잘린다는 예상을 하는 종업원들은 진심을 다해 일하지 않는다. 시키는 일을 잘리지 않을 정도로 하며 눈치를 볼 뿐이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 한다. 게다가, 그나마 재미를 붙여 열심히 하던 장기개발 프로젝트 마저 유명무실 해져 버렸다. 무성의하게 정성을 들이지 않고 타성으로 공부하는 척 하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이 기업이 깐깐하고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가치를 계속 만들어내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기업은 장기적으로 V가 작아진다. 생존부등식이므로, 살아 남으려면, 장기적으로 P를 낮춰야 한다. 그런데, P를 낮추면 장기적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 생존 부등식의 단기적 측면 (P(가격) > C(원가))와 생존부등식의 장기적 측면 (V(가치) > P(가격))은 서로 상충(trade-off)되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단기에 치중하면 장기 경쟁력이 손상을 입고, 장기에만 치중하면 단기적으로 돈이 돌지 않아 망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기와 단기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중용이 필요하다고 윤교수는 주장한다. 단기주의적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윤교수는 질문한다.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 우리의 시선은 소비자들을 향하고 있는가? 혹시 당기 순이익에 시선을 온통 빼앗기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꼭 한 번 도전해 볼 일이다. 기업 경영의 측면 뿐 아니라 내공을 쌓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은 개인적 차원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이 책에 도전하실 많은 분들을 위해 책의 나머지 내용들을 적지 않는다. 스포일링이 되기 때문이다. 꼭 일독하시길 권한다

2012년 2월 17일 금요일

미국 원자력 정책 및 원자력 산업 동향: 30년의 고통(The 30-year Itch)


1. 정치적 배경

 - 오바마 행정부는 에너지원 개발에 최우선 순위 부여와 전폭적 지원 천명
 - 에너지 효율 제고 및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법안 통과 요구
 - 그러나, 원자력에 대하여 언급 하지 않음. (2012년 연두 의회 연설 (state-of-the-union))
 -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정치적 부담감


2.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NRC) 원전 신설 계획 승인

 - 1979년 원전 사고 이후 최초 원전 신설 승인.
 -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2기로 구성된 기존 원전 플랜트(Plant Vogtle)에 2기의 원자로를 추가하는 내용.
 - 최초의 연결 건설 및 운영 라이센스(combined construction and operation license) 부여 사례.
 - 원전발주운영사인 Southern Company는 본건 관련 83억불의 연방정부 대출보증 받음.
 - 전체 시설 투자규모는 140억불 규모로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건설 프로젝트임.


3. 미국 원자력 산업 부흥 논쟁

 - 연방 배기가스 기준, 대기 오염 규제 및 탄소 배출권 거래제 등은 원자력 산업에 긍정적 영향
 - 미국내 현재 가동중인 104기의 원전이 미국내 전기 약 1/5 생산하는 현실
 - 2009년 테네시 상원의원 Lamar Alexander의 2030년까지 원전 100기 추가 주장.
 - 2010년 오바마 핵에너지 대출보증 기금 3배 확대(540억불) 확대 예산안 올해 10월 발효 예상.
 - 새 예산안에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 연구 기금 포함.

 - 원자력 반대 여론: 작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64%의 미국인들이 원전 신설에 반대.
 - 환경단체 소송: NRC의 원전 신설 계획 승인 건에 대하여 9개 환경단체 연합이 소송 준비 중
 - 논점: 후쿠시마 원전 사고 경험이 반영된 강화된 안전 조항이 NRC의 금번 승인에 반영되지 않음.
 - 소송 및 안전 기준 추가에 따라 조지아주 원전 신설 프로젝트는 일정 지연과  예산 초과 불가피
 - 따라서, 원전의 발전단가는 예상보다 크게 높아질 것.
 -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천연가스, 셰일 가스(Shale gas)의 낮은 가격은 원자력에 부정적 영향.
 - 셰일가스 생산량은 2035년까지 3배 증가, 2023년까지 천입방피트당 $5 단가 유지 예상.


4. 결론  및 시사점

 - 원자력 산업 부흥은 원전의 건설 비용 운영 비용에서의 혁신을 통한 발전 단가 인하 노력 및
 - 원자력 찬반 여론에 의한 정치적 합의 및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될 것임.


출처: The Economist, 아시아판, 2/18, http://www.economist.com/node/21547803

2011년 12월 15일 목요일

마케팅 마이오피아(Marketing Myopia): 헨리 포드 그리고 스티브 잡스


젊은 잡스

얼마 전부터 뒤늦게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읽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오랜 기간 동안 삼고 초려 끝에 섭외한 작가답게, 자서전은 읽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듭니다. 정말 찌질한데다, 치사하고, 사기꾼 기질마저 있는 20대 후반의 잡스가 회사 생활을 하며 겪는 일화들을 읽으며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고 동정심에 짠한 느낌을 가지다가 이내 감탄하게 되죠.


찌질했던 젊은 잡스는 스펙을 갖춘 엔지니어가 아니었습니다. 고교시절에 1년간 전자공학 과외활동을 하긴 했지만, 이공학 학위는 없습니다. 형편에 비추어 어렵게 들어간 값비싼 대학은 얼마 다니지 못하고 그만 두었고, 이어 취직한 전자회사에 몇 달 다니다가 명상에 심취하여 도 닦으러 인도로 갑니다. 인도 생활을 마치고 키워준 부모조차 못 알아볼 정도의 몰골로 다시 귀국해 전에 다니던 전자회사에 다시 다니면서 집 근처에 위치한 스텐포드 대학교 강의를 몰래 듣습니다. 하지만, 그의 직종은 엔지니어였습니다. 뛰어나지 않았을 뿐이죠. 그리고 그에겐 돈 냄새를 따라 움직이는 영업 기질과, 돈에 관해 진실을 숨길 수 있는 사기꾼 기질이 있었을 뿐, 경영학에 대해서 역시 아는 것이 없었죠.

그러던 그가, 8bit CPU가 달렸던 추억의 컴퓨터 Apple II 를 크게 성공시키며 개인용 컴퓨터라는 전에 없던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제 잡스는 여전히 찌질하지만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여 곡절 끝에, 그 동안 탁월한 엔지니어였던 공동창업자 워즈니악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기술 부분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전체 프로젝트를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조직과 힘을 갖추게 된 것이죠. 그 결과, 잡스를 우뚝 선 영웅으로 만든 역작 메킨토시가 탄생하게 됩니다.

메킨토시는 원래 잡스의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뛰어난 엔지니어 Jef Raskin이 소수 인력으로 꾸려가던 미국 돈 천불 미만의 초저가 개인용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였죠. 당시 개인용 컴퓨터들의 가격을 감안하면 천불이라는 목표 판매가는 현재 우리가 체감하는 가격으로 환산한다면 이삼십 만원 정도에 불과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느려터진 싸구려 부품을 써야 했고, 힘센 CPU가 필요한 복잡한 그래픽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가격이 최고의 목표였죠. 그렇게 매킨토시 프로젝트는 나름 잘 꾸려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변두리 프로젝트에 리사프로젝트로부터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유령처럼 다가와 거머리처럼 달라 붙습니다. 찌질하죠. 요 얘기는 조금 있다 하겠습니다.

헨리 포드 그리고 모델 T

매킨토시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Jef Raskin가 추구했던 낮은 목표 판매가 정책은 뿌리가 아주 깊고 매우 성공적이었던 마케팅 정책입니다. 포드 자동차의 창업자 헨리 포드가 혁신적인 모델 T (Model T)를 마케팅 때 사용했던 정책이었죠. 모델 T 1908년에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1971년까지 6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였습니다. 포드는 이 모델 T를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 미국 돈 500불에 판매합니다. 포드도 라스킨도 수 백 만 대를 팔기 위해서는 꼭 반드시 낮은 가격이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라스킨의 이러한 생각을 요약한 것이 바로 모든 사람을 위한 개인용컴퓨터 (computers-by-the-millions) 라는 표현이고 포드도 동일한 요지의 발언을 했었죠.

여하튼, 모델 T의 낮은 가격은 순수하게 마케팅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 수 백 만 대를 팔 수 있는 가격을 완성차 시장에서 먼저 정해야 한다는 헨리 포드의 마케팅 판단에 따른 것이었죠. 다시 말하면, “모델 T를 조립할 때는 드는 추정 생산비에 적당히 간접비를 얹고 이윤을 계산해 넣는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헨리 포드는 제조원가와 간접비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으로 봤고, 따라서 중요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We have never considered any costs as fixed. Therefore we first reduce the price to the point where we believe more sales will result. Then we go ahead and try to make the prices. We do not bother about the costs. The new price forces the costs down.”
Henry Ford, My Life and Work (Doubleday, 1923)

흔히 사람들은 모델 T 생산에 처음 사용되었던 대량 생산 방식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헨리 포드가 그 때문에 위대하다고 말하죠. 하지만 실상은 좀 다릅니다. 헨리 포드의 머리 속에는 다음과 같은 우선 순위가 명백히 존재 했습니다. ,

낮은 목표판매가격 (마케팅) à 저원가 설계 (엔지니어링) à 대량 생산 체제 (생산)

낮은 목표판매가격에 대한 마케팅적 결단이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가 아는 모델 T는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대량 생산 체제도 고안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역사적인 사건이었던 자동차의 폭발적인 보급도 상당 기간 지연되었을 테죠따지고 보면 헨리 포드는 혁신적인 생산 방식의 창시자로서 보다는 뛰어난 마케터로서 더 위대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동의 하시나요?

울보 잡스

다시 찌질한 스티브 잡스 얘기로 돌아 가겠습니다. 거머리처럼 라스킨의 매킨토시 프로젝트에 달라 붙은 잡스는 헤게모니 다툼을 벌입니다. 싸구려 부품을 쓴 천 불짜리 컴퓨터로는 자신이 그토록 구현하고 싶어했던 비트맵(bitmap) 기술을 이용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를 구현할 수 없었지 때문이죠. 이리 저리 잡음을 일으키다 사장 앞에서 라스킨과 끝장 토론을 하죠. 이 토론에서 밀리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잡스의 막강한 지위 앞에서 라스킨은 오래 버틸 수 없었습니다. 회사를 떠나야 했죠. 그리고, 라스킨 없는 매킨토시 팀을 잡스는 자신의 방식대로 이끌어 갑니다. 한 천재가 마음껏 뛰놀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찾은 것이죠.

천불 미만의 낮은 목표가격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쓰게 하겠다는 라스킨과 조금 더 비싸더라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GUI를 구현하겠다는 잡스. 누가 옳았을까요? 찌질한 천재 잡스 때문에 애플에서 쫓겨난 라스킨은 Cannon으로 자리를 옮겨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그가 꿈꾸었던 기계를 만들어 냅니다. 이것 저것 고려하다 보니 천불을 넘긴 가격표가 붙었고 몇 대 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잡스는 화려하게 $2,495짜리 매킨토시를 출시하죠. 그의 전작 Apple II $1,200 정도였으니,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로 본다면 가격이 두 배가 된 셈입니다.  $1,500이었던 당시 IBM의 개인용 컴퓨터 가격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잡스의 목표가격은 $1,950정도였는데, "마케팅"을 강조하는 신임 CEO의 논리를 넘지 못했었던 것이죠. 가격 때문이었을까요? 여하튼, IBM PC의 돌풍을 잠재우지 못했지만, 매킨토시는 애플을 애플답게 해 주는 효자 상품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훌륭한 엔지니어였지만, 가격 이외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지 못했던 라스킨은 지고, 훌륭한 엔지니어는 아니었지만, 가격은 물론 소비자가 "장차 열광할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잡스는 이긴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마케팅 마이오피아 (Marketing Myopia: 마케팅 근시안)

모델 T와 매킨토시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포드와 잡스는 결과적으로 뛰어난 마케터였습니다. 포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고, 잡스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GUI라는 혁신적인 제품 특성과 타협하지 않는 예술적 완벽함으로 전에 없던 소비자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들이 뛰어난 마케터일 수 있었던 원인을 찾자면 아마도 수 백 개쯤 될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에게 의뢰하면 수 천 페이지에 달하는 리포트를 만들어 줄 수 있을 테죠. 하지만 그 중 하나만 들라면 그들의 초점이 제품이 아닌 소비자와 시장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알았고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조직했던 것이죠. 앞서 말씀 드렸지만, 그들의 머리에는 소비자와 시장,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마케팅 정책과 목표 그리고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회사의 내부 외부 역량의 최적 조합이라는 우선순위가 명백했다는 것입니다. 마케팅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sell) 것에 앞서 고객의 필요를 충족(meeting customers’ needs) 에 먼저 신경을 쓴 것이죠. 그래서 그들은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같은 문제에 대해 거꾸로 된 우선 순위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아주 많습니다. 그런 분들의 머리 속에는 제품을 효율적으로 잘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그리고, 그런 분들은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인구가 증가하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면, 소비자의 평균 소득이 증가하면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좀더 잘하기만 하면 우리의 매출은 증가할 것이다.
-      우리가 팔고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는 영원할 것이다. 대체 상품이 출현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      우리 회사는 이미 필요한 만큼 덩치를 키워 놓았고,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계속 규모를 키워 평균 제조 원가를 계속 줄이기만 해도 이윤을 더 크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대량 생산 체제는 매우 중요하다.
-      R&D를 잘 하는 것이 우리 회사를 확실히 성장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소위 마케팅 마이오피아 (Marketing Myopia)에 빠져계신 이런 분들을 위해 얼마 전 고인이 되신 Theodore Levitt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는 간단한 참고 사례를 제시합니다. 자동차가 보급되기 전인 19세기 시점에서 말 채찍 (buggy whips) 산업을 생각해 보라고 말이죠. 제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겠습니다. 고등교육을 받고 21세기를 사시는 여러분의 시각에서 다음의 내용을 판단해 보시죠.
-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신흥 시장도 열리고 있으며, 소득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좋은 말 채찍을 계속 만들면 매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      말 채찍 수요는 영원하다. 말 채찍 이외의 방법으로 말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우리 회사는 말 채찍 미국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우리의 낮은 원가를 실현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원가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효율적인 말 채찍 대량 생산체제를 갖출 목적으로 생산기술 연구와 시설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      말 채찍이라고 다 같은 말 채찍이 아니다. 보급형 말 채찍에서부터 특수 용도 말 채찍까지 다양한 제품을 높은 품질로 생산할 수 있도록 말 채찍 소재부터 완제품 조립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evitt 교수는 이렇게 일갈합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말 채찍 시장을 정의할 때, 제품 관점에서 말 채찍 시장이라고 정의하는 대신에 소비자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관점에서 대신에 운송(transportation) 시장또는 좀 혁신적으로 에너지 원(energy source)에 대한 촉매(catalyst) 또는 촉진제(stimulant) 시장이라고 정의 했더라면 말 채찍 생산은 결국 접어야 했겠지만, 자동차에 들어가는 팬 벨트나 에어 클리너 공급자로 살아 남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소비자의 필요와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마케터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경영자는 반드시 훌륭한 마케터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시각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며 수 많은 마케팅 근시안들 사이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집행하는 일은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헨리 포드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은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퇴근 후 밤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낄낄대고 읽으며 이거 완전 쩔어!” (This is shit!) “예술합시다!” (Never compromise!)를 외치는 찌질하지만 영원히 젊은 잡스를 만나보고 싶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과 Marketing Myopia, Theodore Levitt, Harvard Business Review, Jul, 2004 을 주로 참고 했습니다.

2011년 9월 24일 토요일

양적완화 그리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


밴 버냉키 인터체인지

대서양 연안을 따라 미국 동부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대표적인 고속도로가 Interstate 95 입니다. 야자수와 악어가 사는 최남단 플로리다에서 겨울에 춥긴 하지만 세금이 정말 적어 은퇴자들이 랍스터 먹으며 여생을 보내기 좋다는 최북단 메인 주까지 연결되는 긴 도로입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하버드 대학이 있는 보스턴과 월스트리트가 있는 뉴욕을 차례로 만날 수 있습니다. 뉴욕을 지나 남쪽으로 조금 더 가면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나오죠. 내친 김에 조금 더 달리면 밴 버냉키의 고향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가 나타납니다. 주 경계에서 아주 조금만 더 가면 드디어 190 Exit이 나옵니다. 2009년 이 고속도로 출구는 밴 버냉키 인터체인지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지명에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일은 미국서는 그리 낯선 일은 아닙니다만, 상당한 업적과 인기가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밴 버냉키는 2008년 불거진 금융위기의 불길을 정말 단기간에 슬기롭게 잡았다는 공을 인정 받았던 것입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유태인 부모 슬하에 태어난 밴 버냉키는 북쪽으로 가 보스턴에서 경제학을 공부합니다. 경제학자가 된 그는 거시, 미시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로 또 경제학 분야의 최고 권위 저널의 편집자로 입지를 굳히다 지금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서 또 공화당원으로서 워싱턴 DC에서 활동합니다. 월스트리트는 항상 그의 입을 주목합니다. 그가 사용한 어휘, 말투는 물론 그의 표정과 눈빛까지도 분석하죠. 그리고 그가 한 말은 모두 거의 즉시 문서로 바뀌어 세상 누구나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부럽죠.

대공황 전문가 버냉키

경제학자로서 그는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을 깊게 연구했습니다. 그는 대공황의 원인을 돈이 경제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죠.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은행이 대출을 꺼리게 됩니다. 대출이 원활하지 못하니 사업가들이 필요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어 일자리도 줄어 들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습니다. 그 결과 경기가 더 나빠지게 된다는 것이죠. 이 악순환이 심해지지 않게 하려면 하늘에 높이 뜬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helicopter drop) 방식으로라도 돈을 충분히 공급해서 물건 값이 점점 낮아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에 나라 경제가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합니다. 어차피 금으로 바꾸어 주지 않는 화폐(fiat currency)이니 필요할 때 충분히 돈을 찍어서 경제문제를 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두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미국 경제에 공급했습니다. 그 결과였을까요. 집값도 폭락을 멈추고 이제는 반등을 준비하는 듯 보였습니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줄었고, 고용도 잘 되는 듯 보였습니다. 올해 여름의 미국 경제 모습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그런데, 여름의 끝자락에서 모든 것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공공 부채(public debt) 총액 한도를 다루면서 현재 정치 시스템으로는 앞으로 어려운 경제문제가 제대로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깊은 절망감을 안겨줬습니다. 버냉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순조롭게 증가하는 듯 보였던 일자리도 늘지 않게 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게 되었죠. 여기에 대서양 건너 EU의 재정위기도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데 한 몫 했습니다. 기업도 소비자도 돈을 쓰지 않으니 이자율이 아무리 낮아도, 돈이 아무리 시중에 풀려도 경제는 계속 어렵게 되어 가는 형국입니다.

양적완화의 의미

양적완화정책은 우리 귀에 정말 생소한 이름의 정책이었죠. 여기서 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돈의 양을 의미합니다. 돈을 많이 풀어서, 기업가와 소비자가 은행 창구에서 느끼는 대출의 어려움을 완화해 주겠다는 의미 정도로 새기면 좋겠습니다. 혹은, 움켜 잡은 돈줄을 좀 느슨하게 푼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죠. 어쨌든 이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 이름을 가진 정책의 다른 이름은 돈을 공장에서 찍어(printing money) 시중에 푼다는 의미의 발권력(seinorage) 동원입니다. 통상적(conventional)으로 사용되는 재정, 금융통화 경제정책이 다 통하지 않을 때 쓰는 변칙 통화 정책(unconventional monetary policy)이자 사실상 마지막 수단(last resort)입니다. 이정도 말씀 드리면 눈치를 채셨겠지만, 양적완화 정책이 사용되었을 때 우리가 깨달아야만 했던 내용은 1) 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미 이르렀으며, 2) 이전에 사용해봤던 재정, 통화 정책이 이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증명 되었고, 3) 양적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안정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된다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 이제 양적완화 정책은 끝났고, 짙은 안개가 걷히면서 사물이 점점 뚜렷이 보이는 것처럼, 경제 현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러분께서 보시는 현실은 어떤가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양적완화 정책을 무한정 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이죠.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면 결국은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초인플레를 겪은 짐바브웨에서는 “100조 짐바브웨 돈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 화폐까지 발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외국 돈을 쓰기에 이르죠. 이런 일이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미국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리고, 버냉키 자신도 그리 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죠.

그래서 제3차 양적완화 대신, 그는 2013년 중반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도 했고, 이번 에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라는 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시중에 돈을 직접 공급하지는 않지만, 6년에서 30년 사이의 만기를 가지는 장기 국채를 사들이고 단기 국채를 팔아서 장기금리를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국채도 결국 사고 파는 것이고,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값이 정해집니다. 누군가 많은 양을 팔면 값이 떨어지죠. 그런데, 잘 아시겠지만,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인 국채의 값과 국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수익율(금리)은 반비례관계에 있습니다. 국채 값이 오르면 수익율은 떨어지고, 국채 값이 내리면 수익율은 올라갑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죠. 현지 미국 단기 국채에 적용되는 금리(수익률)은 이미 0이거나 0에 매우 가깝습니다.  바로 안전자산추구(flight to quality) 성향 때문입니다. 사방이 불안하니 큰 돈을 둘 곳이 미국 국채 외에 없다는 판단을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죠. 그래서 만기 한 달짜리 미국 재무성 채권(treasury bill)은 수익률 0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100불을 미국 정부에다 꿔 주고, 한달 뒤에 단 1센트도 더하지 않은 100불을 받겠다고 거래 하는 것이죠. 정말 이상하지만, 상황이 이 지경이니, 단기 국채를 대량으로 판다고 해서 단기 국채의 금리(수익률)가 오르는 영향은 매우 미미 할 것이고, 판 돈으로 장기 국채를 사들이면 장기 국채 값이 크게 오르고, 수익율(금리)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노리는 것입니다.

장기 국채의 수익율이 떨어지면, 미국 소비자들이 집을 살 때 내야 하는 모기지나, 자동차 할부금을 줄일 수 있어 소비를 부추길 수도 있고, 집값을 올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죠. 실제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미국의 장기 금리는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장기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인데요. 어쨌든, 실제로 모기지 금리가 내렸고 수많은 미국인들이 비싼 이자로 계약한 모기지를 싼 이자로 바꾸어 계약하는 일(mortgage refinancing)에 한꺼번에 나서는 바람에 은행 창구가 마비되기도 하고, 임시 전용 창구를 만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내리는 것이 경제에 끼치는 좋은 효과를 좋은 일자리가 안 만들어지는 암울한 현실이 압도한 것이죠. 모지기를 줄여서 약간의 목돈도 만지고, 매 달 지출을 다소 줄일 수 있다 해도, 가장이 안정된 직업(decent job)을 잃으면 집을 은행에 빼앗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미국의 현실입니다.

길은 어디에

1930년대 대공황이 시작될 무렵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당시 미국 GDP 20%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미국 정부가 빚을 더 지고, 그 돈으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정책은 이미 불가능해졌습니다. 금리를 내려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화 정책도 더 이상 쓸 수 없습니다. 미국의 기준 금리는 이미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곳까지 내려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양적완화를 해 보았지만, 2008년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고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 변칙적인 편법들이 동원되지만, 효과가 클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초초한 사람들은 버냉키에게 돈을 더 찍어내라고 요구합니다. 에너지와 음식가격을 제외한 핵심인플레이션(core inflation) 2% 정도에 불과해서 아직은 인플레이션 걱정할 때가 아니니 제3차 양적완화를 제발 해달라고 애원하죠. 하지만 그들은 핵심인플레이션율이 올 초에는 1.6% 정도였다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실물을 소유한 자산가들과 정부를 포함한 빚쟁이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아무런 동의 절차 없이 돈을 빼앗아 가는 부작용이 있다는 경제 법칙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양적완화 덕에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올랐던 달콤한 추억만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버냉키도 버냉키에게 돈을 더 찍어내라고 주문하는 그들도 다 틀렸을지 모릅니다.

2011 Harvard Business Review의 편집 방향은 자본주의 고치기 (fixing the system)입니다. 그들의 우려대로, 만약 기업의 운영 관행이나 정부의 규제 방식 등을 고치는 방향으로 자본주의가 수정된 후에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문제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은 이전 글에서 이미 말씀 드렸듯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는 그 오랜 기간 동안 경제 이론에 근거한 또 다른 양적완화와 변칙 경제 정책들이 난무할지도 모릅니다.

글을 마치겠습니다. 그리스 디폴트가 이젠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뉴스가 또 나왔군요. 눈 부시게 날씨 좋은 가을 날, 피곤하겠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다음 기사를 읽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The Federal Reserve Take that, Congress In the face of intensifying political assault, the Fed eases again, Sep 24th 2011, The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