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8일 일요일

어떤 천재의 경영 기법 - “직원을 어떤 존재로 보는가?” 이것이 경영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어떤 천재의 경영 기법 -
직원을 어떤 존재로 보는가?”
이것이 경영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벌써 2주가 지났다. 토요일 아침, 침대에 누워 게으르게 밀어 올리던 트위터에서 셈코 이야기”(The SEVEN-DAY WEEKEND by Ricardo Semler)라는 책을 발견했다. 어떤 경영 컨설턴트가 쓴 가슴 벅찬 소개 글에 반해 전자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고 휴일이 끝나갈 무렵 책 대부분을 읽었다. 책 속에 빠져 들었던 것이다. 좋은 책이다.


                                           저자의 서재

오스트리아 출신의 브라질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21살에 하버드대학서 MBA를 받는다. 영재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아버지의 사업을 경영하기 시작한다. 경영자 수업이 아니라 경영이다. 길고 긴 토론 끝에 아버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취임한지 몇 일 만에 아버지가 애지 중지하던 고참 매니저들 2/3를 잘라냈다. 1982년의 일이다. 당시 아버지 회사의 매출액은 사백만불 정도. 2003년의 매출액은 이억천이백만불이다. 임직원 수도 90에서 3,000명으로 늘었다. 여기까진 재미 없다. 어디선가 들었던 너무나 뻔한 스토리 같다.

서문을 보자.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성공 원인은 매우 간단합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에 반드시 따라온다고 체념해버리는 작업의 반복, 지루함, 짜증남 같은 것들이 기쁨, 영감 그리고 자유로 대체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 여러분께 현실이 되도록 나는 바랍니다.”
“It’s very simple – the repetition, boredom, and aggravation that too many people accept as an inherent part of working can be replaced with joy, inspiration, and freedom. That’s what I wish for everyone who read this book.”

이제는 뻔한 스토리라는 느낌에서 확실히 벗어났다. 더 나빠졌다. 70년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뻔한 약을 파는 약장수 같은 느낌이다. 조금 더 나가, 만병통치약과 불로장생약을 파는 부류로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냉철한 경영자이다. 사람들을 정확히 또 끝까지 이해했고, 사람들을 이용했고 그래서 성공했다. 그리고 그의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3,000명 직원 중에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사람은 매년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는 어떻게 사람을 이해했는가?

그는 새로운 것들을 보고 읽으며 생각 속에 빠져드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깨달음에 무릎을 탁 치며 기뻐한다. 매일 흥미를 느끼는 분야도 다르다. 태양계 행성을 공부하다 어떤 단어를 우연히 만나서 문예부흥기의 이탈리아나 분자이론으로 빠져드는 식이다. 앉아서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북극에서 개 썰매를 타기도 하고, 챠드의 수도승과 만나며, 르완다에서 후투족에 다가서고, 르완다 남부의 작은 도시 Nyamata에서 벌어진 학살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세워진 박물관에서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그는 자유로운 천재다.

그래서 그는,

그런 그는, 종업원을 스스로 판단해서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어른이라고 여긴다. 말로만 그렇게 여기는 것이 아니다. 종업원들에게 자유를 준다. 종업원들은 사장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사장이 들고 온 사업계획에 해고의 위협을 전혀 느끼지 않은 채로 반대할 수도 있다. 종업원들은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에 집기를 사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필요에 의해 다른 곳으로 치우기도 하고, 회사가 어떤 곳에 돈을 쓰는지 종업원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 재무제표가 아니라 지출 내역이다. 급여도 종업원들이 스스로 정한다. 직원들은 모든 것에 대해 왜 그렇게 해야 하나?”라고 물을 수 있다. 따라야 할 규칙은 없다. 양복을 입어야 할 필요도 없고, 짧은 바지를 입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심지어 그는 직원 자신의 흥미 또는 이해관계가 회사의 그것들에 우선해야 한다고 믿는다. 흥미를 느끼고 그것이 자신에게 유익해야 신나서 일할 수 있고 그럴 때에 위대한 성과가 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내 민주주의를 실천한다. 그리고, 감시하고 통제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을 공개한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지켜보게 한 것이다. 사장이 쓴 판공비도 영업부 최부장이 쓴 영업비도 인사부 김과장의 연봉도 알 수 있다. 미심쩍은 것이 있다면 직원 누구든 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뭔가 구린 것이 생길 여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사장으로서 많은 안락함을 버려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그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성공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의 성공 속에는 모든 면에서 균형을 잡고 사는 행복한 직원들이 모여 열심히 일하는 회사라야 지속가능하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이익이 늘어나며 성장을 지속하고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최고의 인재들이 회사로 모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철학은 민주주의와 공개 소통을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질문과 직장에서의 반대의견을 기꺼이 허용, 장려, 촉진하는 것입니다.”
“It’s our philosophy of embracing democracy and open communication, and inciting questions and dissent in the workplace.”

그렇다. 민주주의는 서로 반대할 자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무엇 들이, 서로 절대로 조화 되지 않을 것 같은 무엇들이 모여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Strange and seemingly incompatible combinations can yield powerful results.) 그래서 또 그는, 직원들이 직군을 옮기려는 시도를 당연하게 여긴다. 인사팀 김대리가 목요일 오후마다 영업팀 업무를 보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말이다.

총알이 하나뿐인 총

물론 민주주의 방식은 절망적이기도 하고, 느리고 또 거추장스럽다. 지휘관이 명령하고 명령대로 통제되는 조직의 스피드를 도저히 당해 낼 수 없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종업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비판을 수용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입으로 떠들다가 막상 현업에서는 명령과 통제 시스템을 답습하곤 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들의 입만 아팠을 뿐 그들 몫의 실익은 이 세상에 없다. 종업원들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민주적 방식이 성공하려면, 종업원들이 자발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그들은 진정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 만약, 그들이 겉으로 자유를 누리는 척 하면서 속으로 상사의 눈치를 보며 해고당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 한다면 얻을 것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종업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적 시스템은 무너지기 쉽다.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집에 도무지 가지 않는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자유를 실천했던 정 과장이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순간, 다수의 직원이 열성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사장이 중단시키는 바로 그 순간에 무너진다. , 권총에 든 총알은 하나 뿐이며,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사장이 원하는 것을 단 한 번 얻을 수 있겠지만, 민주적 시스템은 무너진다. 그리고, 복구에는 긴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수반된다. 그래서 민주적 시스템 아래에서는 총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맺으며,

문제는 저자와 같은 현명하고 기다릴 줄 아는 경영자가 많지 않다는 점 그리고 월스트리트가 기업들을 단기성과를 기준으로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기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기업을 공개하지 않았다.

세상에 민주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앞으로 더 많이 나타날 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적용되기 힘들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다. 시도해 볼 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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