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6일 금요일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은 애플일까?

이번 주 스티브 잡스가 갑자기 사임했습니다. 모두들 잠시 충격에 빠졌죠그의 사임 이후에도 애플이 계속 애플일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것이어서 경쟁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주장과 이미 혁신 문화가 기업에 체화 되어서 끄떡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탁월한 전략가(strategist)이자 꿈꾸는 자(visionary)였던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가 앞으로 어찌 다가올까요? 오늘은 "전략"을 바라보는 두 가지 다른 시각을 통해서 애플의 미래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전략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

전략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는 주류의 시각은 전략의 어원 그대로 전략을 장군의 전쟁 기술: art of a general" 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은 전략은 짜야 하는 (formulate)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략담당임원과 메니저들이 있고 여러가지 framework을 사용해서 기업 내부와 외부를 철저히 분석해 내죠. 그 결과를 놓고 통찰력과 동물적 감각을 더해 전략이 만들어 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략을 짜내는 과정은 주로 전략담당 메니저와 핵심 임원들 몫입니다. 영업부 대리나 과장 따위가 참견할 수 없죠.

일단 전략이 만들어지만, 장군은 명령을 내리고 부하들은 일사분란하게 장군의 명령에 따라야 하고, 그 결과를 장군께 보고합니다. 장군과 장성급 핵심 지휘부는 보고 내용에 따라, 전략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위한 추가 조치를 만들어 하달합니다. 한 번 전략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지속됩니다. 기업에서의 전략 집행도 그렇다는 겁니다.

이런 접근 방법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계량화된 분석을 멋지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Five-Forces 중 하나인 "구매자의 협상력"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서 "구매자의 가격 민감도"를 채택하고 "구매자의 예산에서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 가격의 비율"로 그것을 계량화 하죠. 그리고 시간과 돈을 들여 비교적 소상히 자료를 조사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야만 좀 더 믿을 만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MBA들이 고용되고, 약간은 우쭐대는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얘기하며 폼나게 전략을 짭니다. 그리고 예전 것은 모두 틀렸으니 이제는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목도 받으면서 연봉도 올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말이죠.


전략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전략을 다른 관점에서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은 전략을 토기장이가 진흙을 녹로 위에 놓고 차츰 차츰 만들어 나가듯이. 또, 앞마당 뜰에 이름 모를 잡초들이 자라 나듯이 전략을 기업의 과거 활동(action)을 통해 자연스레 형성(form)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전략을 짜는(formulate)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역사 속에서 무늬(pattern) 처럼 관찰되는 것이라고 보죠. 실제로 많은 장수 기업들을 장기간 관찰해 본 결과를 봐도 그러하다는 겁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은 계량적으로 분석하고 멋있는 전략 지도(strategy map)를 만들어 내는 MBA들을 곱게 보시지 않습니다. 그런 MBA들은 현장 지식이 없어서 그 업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죠. 즉, 사람이 손과 머리로 일을 하는데, 손에서 오는 피드백을 직접 받지 않고서는 제대로된 상황 판단과 대처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토기장이를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MBA들이 만들어낸 소위 전략이라는 것들이 오히려 자생적으로 만들어져서 아직은 조직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새로운 전략과 혁신의 싹을 짓밟고 조직의 학습 능력을 억제한다는 비판을 합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은 장기간의 풍부한 현장 경험에서 축적된 지식과 통찰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손과 머리가 분리될 수 없듯이 현장과 경영자가 분리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또 공식화되고 매뉴얼화 된 지식도 중요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암묵지(tacit knowledge)가 매우 중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영자가 자세히 전부 아는 것, 또, 현장에서 혁신 아이디어, 새로운 전략이 솟아 나오도록 장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죠.


아, 스티브!

스티브 잡스가 위대하게 보여지는 이유는 이 모든 전략 수립 프로세스를 아침에 거울 보며 혼자 해냈다는 것입니다그리고그 전략을 정말 강하게 몰아 붙였습니다. 수 많은 현장 해고와 시제품 폐기가 스티브 잡스 한마디에 이루어졌죠. 해고 당한 사람이나 폐기된 시제품을 수식하는 말, 스티브 당했다(got steved)는 애플 임직원 모두가 아는 유명한 말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몇 년 만에 탄생한 작품이 아이팟과 아이폰과 아이패드였습니다.

물론 애플의 성공 이면에는 애플 그리고 애플 제품과 사랑에 빠진 소위 극렬 "애플빠"들만을 뽑아, 양처럼 순응하기 보다는 늑대처럼 또 해적처럼 공격하도록 하는 애플의 기업 문화가 있었습니다. 사장이 괴짜니까 직원들도 그래야 한다는 순진한 발상에서 이런 기업문화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을테죠.

전략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보면, 그 동안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기가 막힌 전략들을 잘 짜냈습니다. Formulate 한 것이죠. 또,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들 눈에 보일리가 없는 인쇄회로기판(PCB)가 예쁘지 않다는 점을 트집잡는 디테일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들어오게 했죠. 이런 과정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또 마케터들이 현장에서 몰입하며 수행했습니다. 스티브잡스와 현장과의 간격은 없었습니다. 전략이 현장 활동을 통해 형성(form) 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것이죠.

스티브는 갔습니다. 애플과 완전히 결별한 것은 아니지만, 살아 있는 그의 모습을 오래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죠. 스티브의 후계가 팀 쿡은 냉철한 경영자지만, 꿈꾸는 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쟁쟁한 CxO들이 앞으로 어떤 하모니를 만들어 낼지 아직까지는 정말 미지수입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스티브의 큰 빈자리를 메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애플이 이 상황에 정말 잘 대응하지 못한다면, 애플은 머지 않아 다시 평범한 회사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입출력과 자료처리를 담당하는 아이패드나 아이폰 같은 디지털 장치 (digital device)들이 점점 덜 중요해져 가고 있고, 그런 장치들을 들고 다니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이죠.

지금 애플은 스티브의 빈 자리를 좋은 전략을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로 계속 채워나가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잘 될까요?


주로 참고한 글들입니다.
Michael E. Porter, “The Five Competitive Forces That Shape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1979
Henry Mintzberg, “Crafting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July–August 1987
Robert S. Kaplan and David P. Norton, “Mastering the Management System”, Harvard Business Review, 2008



2011년 8월 21일 일요일

벤치마킹 교과서가 서점에서 사라진 이유 - 토요타와 소니의 몰락 - 이건희, 구본무의 컴백

얼마 전, 직장에서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경쟁사 벤치마킹이었죠. 벤치마킹이란 말 너무 흔하게 들어 보았고, 저 스스로도 자주 써 봤지만, 막상 보고서를 꾸미려니 막막했습니다. 서점을 찾았지만 "벤치마킹"으로 검색되는 책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어렵게 아마존에서 책을 몇 권 구해 읽어 보았습니다. 표지가 누렇게 변한 1990년대 초반에 인쇄된 책을 보면서 참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왜?

잠시 여러분들의 그리움이 향하는 70~80년 대로 떠나 보겠습니다. 당시 일본은 막강했습니다. 그래서 80년대 부터는 모든 경영대학원에선 일본 기업들을 가르쳤습니다. 일본 기업 따라하기가 유행이였죠. 그 시대를 풍미했던 즉, 경영 컨설턴트의 배를 불려 주었던 기법들은 다양했습니다. 잠시 추억을 되살려 볼까요.

  Total Quality Management
  Benchmarking
  Time-Based Competition
  Outsourcing
  Partnering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Change management

당시 대기업 사무실 벽에는 회의 시간 1분당 비용이 직급별로 표시가 되기도 했었고, 불량률을 전사적 노력으로 완벽에 가깝게 낮추려는 Six Sigma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노력을 계속 하면 세계 1등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살았었습니다. 암튼 그땐 그랬습니다.

벤치마킹은 1989년 Xerox 사에서 다른 회사의 모범 경영 방식 (best practice)를 배우기 위해 최초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 급속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른 기법에 비해 결론을 내고 보고서를 쓰고 또 경영진을 설득하기가 엄청나게 편했다는 점이 아마도 인기의 비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도 LG 전자에서는 "삼성전자에서도 이미 한다더라"라는 말이 최종 결정을 이끌어 내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일본 따라하기 시류의 한 복판에서 1996년 한 40대 학자가 외칩니다. 일본 기업은 전략을 모른다. 그리고 뿌리 깊은 문화적 문제로 전략이 좌우하는 시대에 심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이죠. 그 분이 바로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그는 효율적 운영(OE: operational effectiveness)과 전략(strategy)를 명확히 구분해 냈습니다. 그리고, 왜  OE 만으로는 경쟁자들을 계속 따돌리면서 좀 더 높은 수익을 누릴 수 없는지를 명쾌하게 논증합니다. 그리고, 약간은 빈정거리듯이 말합니다.

  "일본기업은 앞으로 전략 공부를 해야만  할꺼야."
  "Japanese companies will have to learn strategy."

이어 그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일본은 지나치게(notoriously) 합의(consensus)를 지향한다. 게다가 일본 기업들은 사람 마다의 차이를 드러내서 아름답게 활용(accentuate)하기 보다는 차이를 없애(mediate) 버린다."

즉, "전략은 어떤 것을 어떻게 할지" 또는 "어떤 것을 안할 지" 대한 단호한 선택의 문제인데, 일본인들의 문화가 이런 단호한 선택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임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는 OE는 계속 추구해야 하지만, 전략이 더 핵심적이라고 못박죠. 그리고, 서점에서는 벤치마킹 책이 사라지게 됩니다. 한 순간에 촌스러워진거죠. 하지만, 아직도 벤치마킹 기법은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 그의 선언은 적중했습니다. 소니는 몰락의 길을 이미 걷고 있고, 토요타도 휘청거리죠. 수 많은 일본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반면, 오너 회장의 과감한 결단 하에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한국 기업들은 그 동안 사다리를 꾸준히 오를 수 있었습니다. 또, 괴짜 스티브가 아침에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보며 결정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야만 했던 애플은 시총 세계 1위가 되었죠. 바로 2011년 8월에 즉 이번 달에 말이죠.

얼마 전, 한 미국 저자가 쓴 책에 소개된 구글의 안드로이드 인수 비사가 큰 화재였죠. 안드로이드 설립자가 한국을 찾아와 삼성의 본부장과 회의를 했답니다. 지금은 연세대에 계시는 문제의 그 본부장이 들어와 착석할 때까지 삼성 맨들은 벽에 도열해 있다 착석합니다. 그리고, 본부장께서 말씀하시죠. 당신회사 직원이 8명 뿐이네요. ... OS를 만들어 공짜로 뿌리자는 안드로이드 사장의 말은 어찌 되었을까요? ...

지금 애플의 거대한 성공은 이미 수년 전 부터 "플랫폼 전략"을 기초로한 생태계 조성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되어 많은 경영대학원에서 비교적 소상히 강의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한국 학자들이 그 중심에 서 있죠. 따라서, 삼성이나 엘지 같은 거대 기업집단이 그런 흐름을 몰랐을리 만무합니다. 매년 수천명의 MBA들이 입사하는 회사들이니 신입사원들에게 물어 봐도 알 수 있었겠죠. 하지만, 삼성과 LG는 플랫폼 전략을 아직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합니다. 제때 결정을 못내린 것이죠. 결정 내릴 수 있는 식견있는 리더도 없었구요.

포터 교수의 일본 문화 비판을 작금의 삼성, 엘지의 위험한 상황을 그대로 적용해 보면 이건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이 왜 또 다시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실 껍니다. 그리고 한국의 기업문화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할 절박할 필요를 느낍니다. 한국의 기업문화가 너무나 일본화(Japanization) 된 것은 아닌지, 활력을 아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말이죠.

Japanization은 오늘 현재 "몰락"과 동의어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IT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의 공포를 반영하는 것이 현재의 KOSPI 성적입니다. 우리는 정말 중요한 역사적 시기를 살고 있는 겁니다.

"What Is Strategy?" Michael E. Porter, Harvard Business Review, 1996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2011년 8월 15일 월요일

몇 개나 하세요?

몇 개나 하세요?

제 블로그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보신 분들께서는 이 질문이 골프 핸디를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계실테죠. 오늘은 혁신 노력을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우리 회사는 몇 개나 어떤 범주에서 혁신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 번 따져 보시죠. 그리고, 뿌듯해 하실지 아니면 등에 식은 땀이 나실지는 여러분 몫입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혁신에 관한 주장을 적어 봅니다.

   1.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2. 경영진은 혁신을 위한 "적절한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한다.
   3. 경영진은 혁신을 위하여 충분한 자원을 할당해야 한다.
   4. 경영진은 혁신을 위한 실험과 학습을 장려하고 실패를 받아 들여야 한다.
   5. 경영진은 스스로 혁신에 직접 몰입해야 한다.

동의하시나요?

좀 더 적겠습니다. 어떤 이는 광기(madness)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똑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바라는 것."


더 잘하지 않고서는 즉, 개선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결과를 바랄 수 없고, 기존의 했던 방식을 깨뜨리고 새롭게 하지 않으면 즉, 혁신하지 않으면 뛰어날(outstanding) 수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하는 것이죠. 점점 더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절박하게 그 의미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한 분기(a quarter)를 앞서가려면 판촉을, 십년(a decade)를 앞서가려면 혁신을"

기업가라면 모두가 동의하실 명언입니다. 혁신의 결과물로 탄생한 어떤 신제품이 어떤 회사를 십년 이상 먹여 살리는 일은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너무나 많이 인용되어 이제는 너무 상투적인 느낌이 들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 예를 들겠습니다. 혁신의 결과를 탄생한 애플의 아이포드, 아이폰, 아이패드가 애플을 세계에서 두 번쨰로 시가총액이 큰 기업으로 만들었죠. 그리고, 애플은 1위 자리를 얼마 전에 잠시나마 차지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별 볼일 없었던 회사를 세계 1등으로 만든 것이죠. 혁신이 선택이 아닌 기업생존에 필수 아이템입니다.


혁신이 중요하다면, 혁신을 어떻게 이루어야 할까요.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 한 기업들을 사들여서 혁신을 이루어 나갑니다. 시스코나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처럼, 거액의 수업료를 낸 뒤, 돈 한 푼 건지지 못하고 크라이슬러를 되팔았던 사례가 대표적인 예죠. 기업 문화라는 부분까지 통합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임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기업 내부에서 혁신을 이루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모든 기업 경영자들이바라는 바 입니다. 그러나,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을 듣는 그 순간 막막하고 먹먹한 느낌이 드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만, 이런 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혁신을 분류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P&G 입니다.

P&G는 혁신을 체계화(systematization) 하여 2000년대 초반 15%에 불과했던 혁신의 재무적 성공률을 50%대로 높혔습니다. 노다지를 캔 것입니다. 물론 혁신의 체계화가 모든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기초를 튼튼히 다졌죠. 경쟁기업의 연구개발비를 모두 합한 금액보다 더 많은 연구개발비(연 20억 불)를 쓰고 연 4억불을 전 세계 소비자 행동 연구에 사용하여 70%가 넘는 인도인들이 아직도 손빨레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기업이 P&G입니다. 그리고, 혁신을 해야만 한다는 그리고 그것이 선하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경영진은 물론
종업원의 DNA에 세겨져 있다는 것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겁니다.

가슴 아파도, 다 살펴보고 또 다 따라할 수는 없는 것이죠. 오늘은 P&G의 혁신 노력 중에 혁신의 체계화의 한 단면을 살짝 보겠습니다. P&G는 혁신을 다음과 같이 네 개의 덩어리로 분류합니다.

   1. Sustaining: "개선"에 해당합니다. 더 좋게, 더 쉽게, 더 싸게 같은 것이죠.

   2. Commercial: 마케팅, 포장, 판촉 등의 혁신입니다. 올림픽 후원 마케팅 같은 것이죠.

   3. Transformational-Sustaining: 이름이 긴 만큼 중요한 개념입니다. 기존의 제품군의 상품 개념을 다시 짜는(reframe) 혁신을 말합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기 때문에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나 재무적 성과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양치"의 개념에 머물러 있던 치약에 "미백" 개념을 추가하여 치약을 재정의 했죠. 그래서 나온 제품이Crest Whitestrips 입니다.

   4. Disruptive: 전에 없던 제품을 새롭게 만드는 혁신입니다. 아직은 기존 제품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일부 제한적인 영역에서 아주 쉽고, 아주 값싼 기능을 하는 제품입니다. 초기엔 이렇게 낮은 자세로 등장하지만, 기술이 계속 개발되면 나중에는 기존 제품을 몽땅 역사속으로 밀어 넣기도 합니다. 일전에 소개 드렸던 유압 굴삭기 (hydraulic excavator)가 그랬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제품 중에는 P&G의 페브리즈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혁신은 1번과 3번에서 이루어집니다. 가장 혁신의 갯수도 많고 노력도 많이 해야 합니다. 즉, 다수의 혁신은 완전한 진공상태가 아닌 현업(core business)의 토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내부로부터의 혁신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되겠고, 특히 작은 기업의 경우에 모든 구성원이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겠죠.

이렇게 나누고 보니, 혁신안을 채택할 것인가 기각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잣대도 좀 여러 개를 써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번과 2번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NPV를 사용해도 좋겠지만, 다른 것들에는 리스크를 감안한 리얼 옵션 접근법을 써야 할 것도 같고, 보다 정성적(qualitative)인 평가 방법을 써서 평가 해야 돈이 되는 혁신 아이디어를 사장시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점은, 4번의 경우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에 대하여 최소한 매우 관대해야하고, 칭찬해 주어야할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노력이 여러분의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중요한 점검 포인트입니다.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기업의 수명을 평균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4번 혁신을 반드시 해야합니다. 예외 없습니다.

맺으며...

뭔가를 분류해 놓으면 참 많은 것을 덤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혁신을 분류해 봤더니, 혁신과 좀 더 친해진 것 같습니다.

어떤 제도 한 두 개를 도입해서 기업이 혁신에 성공한다면, 대다수 기업들이 수백년의 수명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군에 따라 수년 혹은 수십년 정도의 평균 수명이 고작입니다. 혁신을 이루어 내는 기업으로 변신하는 일은 시간도 돈도 많이 드는 작업인 탓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인재가 사장되거나 회사를 떠나지 않고 적재적소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Right people do the right work.)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How P&G Tripled Its Innovation Success Rate, Harvard Business Review, June 2011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2011년 8월 9일 화요일

패닉에 빠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어제까지 코스피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현기증 마저 느낄 정도입니다.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리죠. 그저께 미국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코스피 지수 일봉 차트, 2011년 8월 9일 장종료, 출처: 다음 증권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S&P의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 강등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떤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은 나라 빚을 그 나라가 약속한 날자에 갚지 못할 가능성을 주목합니다. 돈 떼먹을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신용등급이 낮고 반대의 경우에는 신용등급이 높습니다. 가장 높은 신용등급이 AAA인데, 미국의 신용등급이 딱 한단계 낮아져서 AA+가 되었습니다. 미국이 미국 국채를 산 투자자들의 돈을 떼먹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등급으로 표시한 것이죠.

일반적으로 위험이 증가하면 그에 대한 댓가를 요구하게 됩니다. 위헙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에 대한 댓가로 생명 수당을 받죠. 마찬가지로 떼먹을 위험이 높은 빚쟁이들에게는 떼먹을 위험이 비례해서 댓가(risk premium)를 요구합니다. 채권의 경우, 위험에 대한 댓가는 높은 이자가 됩니다. 그래서, 똑 같은 금액을 10년동안 스위스에 빌려주는 경우에는 연리 1%를 조금 넘는 수준의 이자를 받지만, 그리스에 빌려 줄 때는 연리 14% 이상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죠.

따져 보겠습니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졌습니다. 미국 재무성이 발행하는국채를 사는 사람들은 보다 높은 부도 위험에 노출되게 된 것이죠. 사람들은 당연히 추가된 위험에 대한 댓가(risk premium)을 요구하게 됩니다. 국채에 적용되는 이자, 즉, 수익률(yield)는 발행시장에서건 유통시장에서건 올라가야 마땅한 것이죠. 그랬을까요?

미국 재무성 홈페이지로 가 보죠. 아래에 보시는 그림은 어제 뽑은 자료입니다. 지난 주 말에 비해 미국 국채 수익률이 모두 하락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 폭락이 시작된 지난 주 초부터 살펴 보면, 지난 주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은 속단하긴 이르지만, 부도위험을 경계하는 것 외에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재무성 홈페이지, 국채 수익율 표

뭘까?

시장은 아마도 제3차 양적완화나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경제에 유동성이 공급되어 돈 값, 즉 금리가 계속 낮아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정부와 소비자가 추가 부담할 이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경기가 둔화될 것도 함께 예상했던 것이죠. 이런 요인들은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이들이 리스크 프리미엄 보다 더 크게 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증시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 지난 주 초입니다. 이미 큰손들은 빠른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살펴보니 "경기 둔화 전망"와 이에 따른 "이자율 하락 기대"였습니다. 그리고, 채권시장도 똑같은 기대 하에 움직였던 것이죠.

결국,

시장은 계속 "미국 경기 둔화"라는 어젠다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와중에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지만, 미국 국채 시장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코스피의 월요일과 화요일 모습은 그러나, 패닉이었죠. 신용등급 강등에 잔뜩 겁먹어 심리적으로 반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미국 증시가 어제 반등에 성공 했습니다. 시장의 예상대로 FOMC는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냈습니다. 다만, 무척 예외적이었죠. 논란이 될만한 예외적 결정에 대해 쏟아질 질문이 싫었던지, 버냉키는 올 초부터 매달 해 오던 기자 간담회를 오늘 새벽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간담회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밝혔으니까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두렵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주가가 1950선 부근까지 다시 반등한다면 그 선에서 매도하는 것이 어떨가 싶습니다. 미국 경기 둔화라는 어젠다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