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30일 토요일

미술관에 간 CEO: 예술에서 배우는 8가지 경영 인사이트

미술관에 간 CEO: 예술에서 배우는 8가지 경영 인사이트
김창대 지음

얼마 전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책 선물 해 주시는 분들은 대단한 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책 선물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용기도 있어야 비로소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책 이죠. 제가 부족한 면을 많이 보여드렸던 탓인지 이 책을 선물로 주셨죠. 주신 정성에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정독했습니다.


단순함: 시카고 밀레니엄 공원에 위치한 콩을 닮은 쇳덩어리 “Cloud Gate” 20m, 높이 13m, 무게 110, 최초 예산 600만불, 실집행 예산 2,300만불, 제작 기간 2004~2006.

지금은 스티브 잡스로 대표되는 창조경영의 시대입니다. 창조하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죠. 새로운 접근을 위해서 예술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필자의 주장. 설득력 있었습니다. 필자는 경영학 수업시간에 등장하는 수많은 케이스들과 미술사에 획을 그은 사건들을 연결하여 제시하는 방법으로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자랑할 만한 그의 화려한 필력을 뽐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들의 지적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좋은 책입니다.

우리가 막 진입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는 예술 같은 비즈니스가 도래하는 때라고 필자는 주장합니다. “진정으로 업의 본질과 가능성을 되짚어보고, 스스로 가로막고 있던 한계 너머를 내다보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살기 위한 예술이다.” 라고 말합니다.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 어설픈 추종자에게 돌아갈 몫이 없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저는 스스로 가로막고 있던 한계라는 말에 주목했습니다. 성공을 거둔 수많은 사람과 조직이 성공에 도취되어 무너졌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과거의 성공 공식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인 1957년 미국 포춘 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2/3는 지금은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5년 당시 매출액 100대 기업 중 살아 남은 기업은 12개에 불과합니다. “스스로 가로막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기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이 한계를 넘어서려면 성공과 실패의 원인들에 대한 치밀한 분석 즉,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고 창조적 비약도 필요합니다. 책의 저자는 불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창조적 비약을 이루기 위한 8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통찰력, 핵심역량, 모호함, 일상타파, 보편성, 융합, 단순함, 해체와 재구성이죠.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 경영학 교과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사례들과 인용구들을 통해 좀 더 내밀하게 그것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몸담은 회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캔버스 삼아 책 속의 지혜들을 원색으로 또 섞어서 캔버스 위로 옮겨 보며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그 동안 복잡하게 머리 속을 맴돌던 아이디어들도 책 위에 흘려 적은 메모들로 정리되고 그런 생각들에 대한 약간의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하루 종일 비 오는 토요일, 책을 완독하며, 여러분께도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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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원한 것은 잔디가 아니라 푸른빛이었기 때문에 푸른빛을 입혔을 뿐.
고 정주영 회장 / 현대 한겨울 UN군 묘지에 낙동강 보리를 옮겨 심고 나서.

우리는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아닙니다.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는 회사입니다.
할리데이비슨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의 불만은 느린 속도가 아니라 지루함이었고 이 문제는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다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오티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이디어를 잊게 하는 것이다.
톰 피터스 혁신경영

1000억 달러 산업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다. 무언가 디지털화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공짜 버전이 나오고 만다. 공짜 버전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제공하라. 제품을 파는 시대에서 서비스를 파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크리스 앤더슨 – “프리의 저자

예술은 아름다움의 구현을 넘어 익숙함을 파괴하려 한다.
사이먼 샤마 미술사가

익숙함이라는 생각의 루틴, 그것을 끊어낼 때만 새로운 가치가 보인다.
김창대

IT가 노리는 다음 레이스는 IT 산업 자체보다는, 기존의 전통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이른바 굴뚝 산업 지원 코스다. … 기존 가치 구조를 의도적으로 허물고 모든 가능성의 문을 열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없다.
김창대

전쟁에서 모든 것은 매우 단순하다.
클라우제비츠

Ultimate Driving Machine
BMW – 25년간 사용한 브랜드 메시지

고객들에게 즉각 반응하라. 고객은 정확한 답변이 아니라 반응을 기대한다.
크누트슈토르프, CEO / LEGO

지멘스가 위기에도 탄탄하게 버틴 것은 녹색기술 중심으로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조직을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피터 뢰셔, 회장 / Simens – 기업 문화에 대한 해체와 재구성, 핵심 역량에 대한 집중

예술의 아우라 속에서 이런 창조정신을 얻기 위해서는 천상의 예술을 땅으로 끌어내려 손을 맞잡고, 살을 비비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예술에 다가서야 한다.
김창대

2011년 4월 23일 토요일

경영 혁신의 도구: 포스트잇 플래그

누구나 한 번쯤 써보셨을 포스트잇 플래그라는 것이 있습니다. 3M의 대표 제품 중 하나죠. 얇은 직사각형 합성수지 한쪽에는 점착제가 반대 쪽에는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색깔이 입혀져 있습니다. 보통 책이나 보고서에 나중에 재빨리 찾아야 할 부분을 표시할 때 사용합니다. 색상과 함께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플래그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주로 계약서 사인할 곳에 미리 붙여 놓고 손님들이 쉽게 찾아 서명할 수 있도록 할 때 사용하죠. 쓰임새가 경영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포스트잇 플래그가 경영 혁신의 도구도 될 수 있습니다.


Source: http://www.post-it.com

많은 사람들이 학력이나 경력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결점과 실수를 감추는 일에는 천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 해야 조직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히지 않고 원만하게 오래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소중한 생존 경험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듭니다. 선배들은 물론이고 친구들도 그리 살아가는 모습을 어제도 오늘도 보아 왔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쓸어 내도 쓸리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딱 붙어 복지부동하며 눈치로 하루 하루를 버텨갑니다. 이런 생존 방식이 정말 잘 통하던 시대가 분명 있었습니다. 기업이나 조직의 미래가 상당히 예측 가능했고, 어제의 업무가 오늘의 업무와 별반 차이가 없다면 이 전략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대다수 열심히 일하시는 공무원 여러분들께는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일부 공무원들과 공기업 종사자들은 지금도 이 전략을 알뜰하게 사용하게 계시죠.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일부 기업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또렷하게 관찰됩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인 조직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실패가 만연하고 그런 크고 작은 실패들이 모여 정말 대형사고가 되고 나서야 실패가 규명된다는 것이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바로 최근 우리가 목격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 주체인 도쿄 전력은 너무나 예측 가능한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요는 일정하게 증가하고 있었고 전력 사업의 특성상 일정한 지역에서는 독점적 공급자지위를 누릴 수가 있었죠. 심지어 도쿄 전력과 핵발전소를 관리 감독하여야 하는 일본 정부의 규제기관과 사실상 한 몸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나요? 원전에서 노심이 녹아내려 가장 위험한 발암물질인 플루토늄까지 대량 방출되는 최악의 사고가 나고 나서야 크고 작은 실패가 도쿄전력 내부와 규제기관과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실제로 오랜 기간 만연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사실 우리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는 분야마다 오랜 경험과 숙련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이 존재합니다. 박사위에 도사가 있다는 말처럼, 그들이 축적한 직무지식과 직무와 관련된 통찰력은 도사급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통찰력을 발휘해서 지금 회사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XYZ 프로젝트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 문제점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지금 XYZ프로젝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입을 다뭅니다. 수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나서서 얘기하기 보다는 오랜 동안 막대한 회사 돈과 자원을 더 많이 투자한 뒤 결론을 보고 나서 말하는 편이 더 좋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말 잘 듣고 어수룩해 보이지만 직원들은 영리합니다. Blame game에서 생존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들은 어제의 전략과 전술로 내일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플랫폼 전략에 실패하면서 불과 몇 년 사이에 부동의 1위에서 끝없이 추락하는 노키아를 불타는 해상유전에 비유한 노키아의 신임 CEO의 발언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어제 잘 통했던 전략과 전술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과거의 전략과 전술이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점점 잘 작동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점점 축적되어 현실로부터 조금씩 더 멀어지게 되고 마침내 큰 파국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아무리 최신 하드웨어 기술을 빠르게 제품에 적용해도 즉 과거의 전략으로 아무리 열심히 싸워도, 시장에서 점점 밀리는 작은 실패들이 하루 이틀 모여서 결국 노키아의 경영 위기가 불거진 것으로 봐야 합니다. 작은 실패들을 재빨리 알아차려서 실패를 통해 배우고 배운 것을 실전에 적용했다면 노키아는 화를 면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노키아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직 하드웨어를 최고로 만들기 위에 기상천외한 기술개발에만 다걸기 했었죠.

자 결론으로 들어갑니다. 영리한 직원들은 실패를 되도록 끝까지 감추려고 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영자와 회사의 중간관리자들이 오랜 기간 모여 만든 회사의 문화와 보상체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사실은 회사와 그들 모두가 피해자인 셈이죠. 여하튼, 그런 영리한 직원들이 모인 조직은 작은 실패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작은 실패를 발견하지 못하면 작은 실패가 모이고 또 모여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큰 실패가 된 후에야 그런 실패들을 발견할 수 있죠. 오랜 시간과 돈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은 그런 기업들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거이 더 큰 문제입니다. 작은 실패를 잘 발견해내고, 발견된 실패를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체계를 갖춘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은 운명이 극명하게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입니다.

작은 실패를 재빨리 발견하기 위해 꾀를 낸 어떤 영리한 CEO 말씀을 드리죠. 보잉사를 떠나 경영위기에 허덕이는 포드에 2006 9월 둥지를 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출신 Alan R. Mulally는 임원들에게 제출하는 보고서마다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좋은 내용의 보고서에는 초록색을, 주의를 요하는 내용이면 노란색을 문제점이 담긴 보고서에는 빨간색을 붙이는 식이였죠. 사실 미국서는 흔히 쓰이는 방법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그리 지시하고 앨런이 서너 번 미팅을 했어도 누구 하나 노란색이나 빨간색 플래그가 붙은 보고서를 회의장에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는 이제 잘 아시죠?

엄청난 경영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앨런은 다시 임원들을 모아놓고 다그쳤습니다. 뭐 잘못되고 있는 것은 없나요? (“Isn’t anything not going well?”) 며칠이 지나, 다시 대회의실에 모인 중역들 중 한 명이 궁색한 표정으로 노란색 플래그가 달린 리포트를 꺼냈습니다. 심각한 개발 문제로 신차 출시가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었죠. 사실은 빨간색이 붙어야 할 보고서였습니다. 보고가 끝난 후 여러분 모두 잘 아시는 그 죽을 것 같은 무거운 정적이 흘렀죠. 그 때 앨런이 박수로 정적을 깼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는 앨런이 받아보는 보고서 플래그 색상이 물론 다양해졌습니다. 포스트잇 플래그가 포드사에서 경영혁신의 도구가 된 순간이죠.


Source: Wikipedia

노파심에서 제가 항상 드리는 얘기지만, 도구가 아무리 값지고 훌륭해도 쓰는 사람들이 준비 되어있지 않으면 도구는 무용지물이거나 심지어 위험한 것이 되고 맙니다. 포스트잇 플래그로 경영을 혁신하려면 도구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사람과 조직의 문화를 먼저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먼저 조직이 수행하는 일의 종류와 실패의 유형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경영자, 관리자, 팀원들의 실패에 대한 생각과 보상체계도 다듬어야 합니다. 다소 긴 얘기가 될 것이므로 다음 기회에 올리겠습니다.

[Harbard Business Review 4월호, Fourtune 2009 (Allan), Bloomberg 뉴스 (노키아) 등을 참고했습니다.]

2011년 4월 10일 일요일

유럽의 재정위기는 끝났을까? - 포르투갈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지난 주 포르투갈이 EU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구제금융을 신청한 세 번 째 유럽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 소식에도 시장의 반응은 차분했습니다. 두려움에 빠져 투매가 일어나지도 않았고 별다른 혼란도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유럽이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문제가 있는 몇몇 나라들의 공공부문 부채가 많고 앞으로 빛이 줄기는 커녕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구조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로 EU의 핵심 국가 (core countries) 인 독일과 프랑스는 건실하지만, EU의 변두리에 위치한 비핵심 국가들이 문제가 많다고 해서 EU Peripheral Crisis라고도 불립니다.

유럽의 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는 오랜 동안 시장의 불안 요소 였습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진화되지 않으면,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유럽 시장으로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물건을 예전처럼 팔지 못하게 되면 한국 경제도 침체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죠.

유럽의 재정위기가 크게 불거진 때는 2010년이었습니다. 그리스의 2009년도 재정적자 규모가 그리스 GDP의 6% 정도로 알려져 있었는데, 실제로는 12.7%로 밝혀진 것이죠. 그리고 그 규모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실상 국가 차원에서 분식회계로 진실을 은폐해왔던 것이 국제적 압력에 들통난 것이었죠. 그리스에 돈을 꾸어준 사람들은 불안해 지기 시작했고,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그리스에 돈을 꿔 주겠다는 사람들은 터무니 없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돈 빌릴 곳이 사실상 없어진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이 상황은 은행 시스템에 오랫동안 문제가 있었던 아일랜드에서도 재연되었습니다. 도미노 효과가 시작된 것이죠. 투기세력들은 한 번에 한 나라씩 온 힘을 다해 공격해서 막대한 투기수익을 불과 몇 일 혹은 몇 달 새에 챙겨 달아납니다. 이렇게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한 나라씩 차례로 무너지는 현상을 두고 병이 전염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전염 효과 (contagion effect) 가 있다고도 말합니다.

그 다음은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 등등이 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소문처럼 포르투갈이 지난 주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습니다. 흉흉한 소문이 사실이 되었는데도 시장은 차분했습니다. 2011년 4월까지 많은 것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1. 그리스는 IMF에서도 지원 받았지만, 포르투갈은 EU에서 단독으로 지원합니다.

믿었던 EU 회원국 그리스에 의해 사실상 사기를 당한 EU는 당시 사태를 해결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많은 회원국이 모여서 의견을 모으고 돈도 모아야 하는데 시간도 부족했지만, 국내 정치도 신경써야 하는 정치인들이 모여 뜻을 하나로 모아 고통을 나누어야 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죠. 그래서, 미국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IMF가 개입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인들로서는 자존심 돋는 일이 결코 아니었기에 그 동안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대책을 만들어 왔습니다. 결과, 지난 3월 큰 틀에서 EU 안정화 협약이 만들어졌습니다. 큰 규모의 안정화 기금도 마련되었죠. 이제는 유럽 재정위기를 EU가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2. 포르투갈의 구제금융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유럽의 경우 한 나라의 10년 만기 국가 채무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7%가 넘어선다는 것은 사실상 그 나라의 경제적 안정성에 대해 시장이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년 말부터 이미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7% 선을 넘나들기 시작했고, 올 초부터는 아예 7%를 넘겨 버렸죠. 모든 사람들이 예상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죠. 시장은 그래서 조용했습니다.


3. 포르투갈은 EU의 맞불 작전

산불을 끄기 위해 소방 헬리콥터가 한 번에 수천리터씩 물을 퍼다가 산불 현장에 퍼붓기도 하지만, 바람의 방향과 지형을 잘 고려해서 불길이 앞으로 다가올 지역에 미리 불을 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리 불을 내서 탈 것을 없애버리는 것이죠. 거세게 다가오는 불길도 더 이상 태울 무엇인가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꺼져버리고 맙니다. 맞불작전이죠. 이 경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불을 끄기 위해 지른 불이 방어선 후방으로 번지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즉, 불길이 번질 방향을 잘 봐서 충분히 자신감이 있을 때만 작전을 쓸 수 있다는 것이죠.

얼마 전, 포르투갈의 소크라테스 총리가 발의한 재정적자 감축안을 포르투갈 의회가 부결시켰죠. 포르투갈의 재정적자 감축안이 만들어진 배경은 EU의 압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즉, 포르투갈의 사태 해결을 위해 EU가 이미 강력히 개입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포르투갈의 현재 정치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EU의 권고를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 포르투갈에게 당연히 EU는 구제금융을 받을 수 밖에 없도록 방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이 말을 듣도록 만드는 방법 중에 구제금융처럼 큰 것이 없죠. 이 모든 상황이 EU에 의해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고 봐야한다는 뜻입니다. 맞불 작전이죠.

그렇다면, 후방은 안전할까? 재정위기에서 포르투갈 다음 순서가 스페인이었습니다. 스페인의 국채수익률은 어떨까요? 아래 그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서는 높은 금리를 물고 있지만 7% 한참 아래서에 안정적이죠. 최근들어 이자가 좀 깍이기까지 했습니다. 후방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겠죠. 유럽의 재정위기가 더 이상 번지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 특히 스페인같은 대마(big game)가 죽는 일은 없다고 보는 시각이 시장의 정서입니다.


캡션을 빼먹었군요. 위 그림은 스페인 국채 10년물의 만기 수익률의 시계열 자료입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끝났을까?

재정위기의 본질을 파악했다면, 그리스 같은 나라들이 나라 빛을 앞으로 줄여 나갈 수 있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보통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이 돈을 덜 쓰고, 더 많은 세금을 걷는 구조와 함께 국민들이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가 좀더 강하게 되어 세수기반이 늘어나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많은 진통과 갈등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한 번 망가진 경제가 정상화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스 국민들의 특성을 봐도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이 어려운 과정을 겪을 그리스 경제, 아일랜드 경제, 포르투갈 경제가 합격권에 들어갔는지 심판할 심판관은 시장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시장의 인정을 받을 때까지 이들 나라들을 지탱해줄 구원투수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구원투수들이 정말 이름 값을 할만큼 믿을 만 한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죠.

어려운 고비는 넘겼지만, 그래서 아직도 유럽 재정위기는 진행형입니다.

2011년 4월 9일 토요일

왜 사람들은 성공하고 난 뒤 위험에 빠질까?

본 포스팅은 HBR 4월호 기사 "Why Leaders Don't Learn from Sucess"를 읽고 필자가 정리한 글입니다. 

인생은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끊임 없이 크고 작은 과제에 의욕적으로 도전하죠. 처음엔 만만히 보이던 일이 점점 큰 산처럼 다가올 때도 많습니다. 힘든 시간도 보내고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노력한다 해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좌절이 모여 결국 큰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고, 작은 실패와 성공에 울고 웃으며 꾸준히 노력한 끝에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합니다.

큰 성공이든 작은 성공이든 성공은 행복한 무엇입니다. 함께 노력한 동료들과 샴페인 한 잔으로 성공을 자축해도 좋습니다. 조금 우쭐한 기분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죠. 그런데 바로 이 때 꼭 해야할 일이 무엇일까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면, 성공했을 때 사람들이 어떤 오류에 빠지는지 그 결과 왜 위험해지는지 먼저 이해해야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


1.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s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잘나서 성공한 줄 압니다. 성공의 원인을 자신의 능력으로 돌리는 것이죠.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s 라고 부릅니다. 실상, 성공의 배경에는 거의 예외 없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수 많은 외부 요인들이 있습니다. 행운과 불운이 작용하는 셈이죠. 예를 들어, 일본 경쟁 업체와 힘겹게 가격 전쟁을 하다 엔화가 초강세로 돌아서 큰 이익을 본 한국 기업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어떤 중소기업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엔-달러 환율을 좌우할 수 없죠. 그 중소기업 경영자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잘난 척 할 일이 아닌 것이죠.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잘난 척 하는게 뭐가 그리 문제가 될까요? 그렇죠, 잘난 척 하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것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오류에 빠진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쉽게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의악품의 개발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10년 동안 자리를 유지하는 중역은 많지 않죠. 즉,어떤 의약품의 개발을 결정한 중역이 제품이 출시될 때 까지 자리를 지킬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그런데도, 신약이 block buster가 되어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 줄 때 샴페인을 마시며 승진과 연봉 상승의 단맛을 보는 사람은 개발을 추진했던 추억의 경영자가 아니라 그 제품과는 전혀 무관한 현직 중역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입사 지원서에 적는 대학 성적(GPA)이 있습니다. 보통 자신이 노력해서 받은 평점평균과 만점을 함께 적죠. 예를 들어 3.8 / 4.5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께 공부했던 다른 학생들이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엄격한 학사 시스템도 없고 온정주의가 만연한 학교에서 (즉, 외부요인) 공부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들 보다 높은 성적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실질 성적은 같죠. 명목성적 (nominal grade) 만 다를 뿐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채용하는 대다수 기업에서는 명목성적만을 검토합니다. 학생들의 성적에 학생의 능력 이외에 외부요인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입니다.

성공과 실적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통찰력과 냉철함 없이 "다 나 잘난 탓에 성공했다"며 우쭐 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2. Overconfidence Bias


성공한 후에는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지신의 기본 자질에 대해서는 물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사용했던 방법, 전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자신하게 되죠. 적당한 자신감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감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기 쉽습니다. 다음 번에도 똑 같이 하면 된다는 생각은 긴장감을 누그러뜨리죠.

자신감은 판돈을 키우기도 합니다. 다음 번 사업 기회에 좀더 많은 투자, 좀 더 많은 위험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계속 잘 되면 좋겠지만, 자신감과 섣부른 결정이 합쳐지는 상황에서는 큰 손실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지나친 자신감은 또한 다른 이들의 충고와 의견에 귀기울여 끊임 없이 자신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내가 옳다는 믿음 때문에 성공한 사람을 독불장군으로 만들기 쉽습니다. 지나친 자신감의 잠재적 폐해는 회사 조직차원에서도 똑 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성공에 도취되어 자신감에 넘쳐있는 회사는 골치아픈 혁신 노력을 게을리 하기 쉽습니다. 당신의 회사는 어떤지 점검해 보셨나요?


3. Failing to Ask Why....

성공한 사람들은 왜 성공했는지 꼼꼼히 따려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성공에 도취되어 기분 좋은 상황을 그저 즐기려는 마음과 성공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기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는 마음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죠.

명백한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이 죽으면 사체를 놓고 이리 저러 따져(post-mortem) 보게 됩니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왜 문제가 생겼는지 여러 사람들이 모여 분석(failure anlaysis)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왜 병을 고치게 되었는지, 물건이 문제 없이 잘 팔리는데 왜 잘 팔리는지를 따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성공은 자기성찰과 자기반성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공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포스팅에 적겠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트윗하면서 블로그가 필요하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블로그는 트윗처럼 노트도 되고 일기장도 될 수 있죠.
그리고 좀 긴 글도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공부하고 읽은 내용을 앞으로 올리겠습니다.
피드백 많이 해주세요.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