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새 것은 없나니”
“바로잉”을 읽고
이번 달의 첫날, 하루짜리 그룹사 필수 교육에 참가했다. 그룹의 역사 및 핵심 가치를 가르치는 과정은 강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졸음을 부르기 마련이다. 이 때 등장한 퀴즈 시간. 평소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백여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 중 아무도 답을 하지 않아, 본의 아니게 답을 했다. 그리고,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책을 한 권 받았다. “바로잉” 즉 “아이디어 차용”을 의미하는 이 책의 원제는 “Borrowing
Brilliance: The Six Steps to Business Innovation by Building on the Ideas of
Others”이다. 2009년 가을에 나온 이 책의 부제를 굳이 해석하자면 “다른 이들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통한 여섯 단계의 사업 혁신 방안” 이다. 즉, 아이디어를 가져다 모아서, 여섯 단계의 단계를 거치면 사업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솔깃하지 않은가?
저자 David Kord Murray의 개인사도 흥미롭다.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엔지니어로 일하다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번창 일로에 있던 사업을 우리 돈 550억원 정도에 처분하고 여행이나 다니려던 그는 눈 앞에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 순간에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보석, 타호 호숫가의 아끼던 저택을 빼앗기고 낙향한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몇몇 소프트웨어 회사에 컨설팅을 한 것을 계기로 “최고 혁신 책임자”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지었고 지금은 다시 타호로 돌아와 살고 있다. 다 잃었다, 다시 “혁신”으로 먹고 살게 된 것이다. 그의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캘리포니아에서 어떤 야외 활동이 가능한지 잘 알 수 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영혼이 자유로운. (저자의 페이스북 홈페이지: http://www.facebook.com/david.k.murray1)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올까?
특별히 선택 받은 천재들의 머리 속에서 갑자기 전구가 확 켜지며 그의 입과 손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이디어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비밀이 있을까? 정답은 둘 다 이다. 우리 주위에는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자랑하는 무의식”을 나와는 다른 수준으로 활용하는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그들의 창의력은 남다르다. 나와 그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있는 듯 할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은, 천재이건 아니건 뭔가 다른 혁신적 아이디어 생산에 비밀이 있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나 같은 보통 사람들도 읽을 수 있도록, 즉, 책이 잘 팔릴 수 있도록 그 비밀스런 과정을 6개의 단계로 정의했다.
1. 정의하기Defining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잘 풀어낼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 그 첫 단계이다. 스티브 잡스는 제품을 사서 처음으로 포장 박스를 여는 그 순간부터 잠자리에 누워 제품과 함께 잠드는 소비자의 전체 경험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 였다. 그래서 그는, 최고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를 (註: 조씨 가문 자손은 아니다.) 영입하고 디자인과 소비자 경험에 우선 순위를 두었다. 개발과 생산은 물론 영업 부서마저 그들의 뒷수습을 담당했다. 문제의 정의는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다. 저자 머레이는 또 구글을 예로 들었다. 구글 창업자들은 이 세상의 정보를 정리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낮은 단계부터 시작한다: “검색” 그리고 점점 수준을 높여왔다. 애플 iOS 6의 등장과 함께 압도적인 절대 우위를 자연스럽게 인정받은 “구글 맵”이 수준을 높인 결과다. 디지털 지도의 강점은 위치정보와 함께 어떤 정보든 지도에 통합시킬 수 있다는 특성에서 나온다. 분위기 있는 식당이 표시되기도 하고 맥주 한 모금 들이킬 수 있는 근사한 바가 나오거나, 커피숍이 등장하고 이것을 매개로 엄청난 정보가 층을(multi layer) 이루며 한데 엮인다. 그리고, 현실과 결합된다. 그것이 스마트 폰이고 사람 없이 스스로 운전하는 무인 자동차이다. 올해 9월 25일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세계 최초로 무인자동차의 도로 주행을 허용한 법안에 서명한 장소가 바로 구글의 마운틴 뷰 본사이다. 구글이 잘 수집, 정리한 정보에는 현실과 돈이 따라 붙고 그것이 구글이 지배하는 미래를 앞당기는 식이다.
성공하고 싶은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싶은가? 문제를 잘 정의하라!
제가 요즘 요통으로 고생하는 관계로, 다음 다섯 단계는 여러분께서 직접 읽으시도록 권해 드립니다. 그래도 초큼 서운하니까, 맛보기로 간단히 정리하죠.
2. 빌리기 Borrowing
무엇을? 정의된 문제에 대한 해답들을.
누구로부터? 동서고금의 경쟁자 및 이업종 사업자들로부터.
3. 결합하기 Combining
정리하고 정리하고 정리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다.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
머리 굴려 빠른 길로 가려고 꾀 부리는 대신, 정리하고 결합해라.
스타워즈도 구글의 페이지 랭크도 만들어지기 전,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쳤다.
4. 품기 Incubating
우리 머릿속에 하나씩 있는 수퍼컴퓨터 무의식(subliminal)이 일하는 기간.
우리의 무의식은 “조합”이 어떻게 하면 잘 작동할지 해답을 만들어 낸다.
해답은 내일 아침아침 눈뜰 무렵 나올 수도 있지만, 영원히 안될 수도 있다…
신경은 쓰되, 머리쓰지 말고, 조금은 게을러지자.
마감시간은 다가오는 그 순간 무의식을 믿고 기다리자.
나의 무의식이 나에게 말하는 그 순간을 위해 “메모장” 준비.
5. 판단하기Judging
SWOT 분석과 ROI의 시간이다. 품평회는 해야 하니까.
내 돈이라면 하겠는가? 따져볼 시간.
6. 증진 Enhancing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매일, 장점은 강화하고 약점을 줄이자.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그 맥락을 잊지는 말자.
맺으며
널리 알려진 위인들의 삶을 심리학, 뇌과학, 인지과학, 철학 등등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들도 위에 간단히 소개된 6단계의 과정을 다소간 변형된 형태로 모두 거쳤음을 알게 된다. 뉴튼도 아인슈타인도 그랬다. 또, 창의적이 되려면 다양한 분야에 걸친 동서고금의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나로서는 몹시 “불편한 진실”도 깨닫게 된다. 그 중 한 권의 책이 바로 “바로잉”인 것은 분명하다.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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