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2일 월요일

자본주의는 이젠 “철저히, 완전히 그리고 전적으로” 끝났을까? – 칼 마르크스, 찰스 디킨스 그리고 마이클 포터


칼 마르크스

지난 주 어느 날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지 중 하나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홈페이지에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글이 올라왔습니다. “마르크스가 옳았을까 (Was Marx Right?)” 라는 제목의 블로그에는 발전한 자본주의(advanced capitalism)는 결국 내부 모순에 의해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이 2011년 오늘의 경제 현실과 짝을 이루어 실려 있었죠. 마치 부활한 체게바라(Che Guevara)가 그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탐욕스런" 웃음을 지으며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개장 벨을 울리러 등장한 것 같은 심한 부조화를 느꼈습니다. 저만 그랬을까요? HBR 블로거는 HBR 편집장이 직접 관리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고 HBR의 독자들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잘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인 것을 생각하면 그 글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수없이 달린 댓글들이 이것을 반증하죠.



HBR 블로그의 필자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미래에 대한 주장을 항목별로 정리합니다.  Immiseration (노동계급의 궁핍화), Crisis (과잉생산위기, 풍요속의 빈곤), Stagnation (기업의 이윤율 저하), Alienation (생산물과 생산 과정으로부터의 소외), False consciousness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한 허위의식), Commodity fetishism (상품의 물신성) 등이 그것들이죠. 80년대 우리나라 대학가에서 너무나 흔히 접할 수 있었던 개념들이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찰스 디킨스

이왕 떠난 김에, 시계를 좀 더 과거로 돌려 보겠습니다.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정점으로 향해 가던 1812년 찰스 디킨스(Chrles Dickens)가 태어납니다. 그가 12살이 되던 해, 그의 가족들은 빚을 값지 못한 죄로 감옥에 가게 되죠. 홀로 남겨진 그는 시궁쥐가 우글대는 공장에서 구두 염색공으로 일하게 됩니다. 그런 경험에 바탕한 작품 중 하나가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입니다. 봉건제의 급격한 해체로 농촌에서 버림받은 농노들은 정말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도시로 향합니다. 그들 중 적당한 직업을 찾지 못한 많은 이들이 부랑자로 도시를 배회하게 됩니다. 영국 여왕은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률을 재정하고 이들을 구빈원(workhouse)에 수용하죠. 여기서 태어난 올리버는 만 아홉살이 될 무렵 구빈원의 직영 작업장에 노동자로 투입됩니다. 그리고 올리버는 다른 직업을 전전하며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소설에서 묘사된 것처럼, 당시 영국에서 아동 노동은 아주 흔했습니다. 18세기 말 잉글랜드와 스코트랜드에서 수력으로 움직이는 면직 공장(cotton mill) 노동자의 2/3가 미성년자였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3-4세 정도의 아기들이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좁고 기다란 굴뚝 내부를 오르내리며 묵은 검댕을 깔끔하게 떼어내는 청소(chimney sweeping)를 하거나 탄광에서 어른이 들어가기 어려운 좁고 긴 갱도를 왕복하며 짐을 나르는 역할을 하기도 했죠. 게다가 당시 노동시간은 지금보다 훨씬 길었고 아동 노동자들이 챙기는 임금은 성인 노동자들의 10%~20%에 불과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조건에서 일한 어린이들은 일찍 죽거나 성인이 되어 사람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19세기 벽두부터 아동 노동을 제한하는 여러 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영국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오랜 기간 노동자로 일하는 편이 일찍 죽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은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동 노동자 고용주들은 처음부터 찬성하지는 않았습니다. 길고 긴 사회적 토론과 합의 과정이 필요했죠. 그렇게 해서 1847년에 이르러서야 성인 및 아동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10시간으로 제한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까지도 아동 노동은 영국과 미국에서 계속 되었습니다.

마이클 포터

시계를 다시 2011년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인 마이클 포터는 올해 1월에 공유 가치 (Shared Value)”라는 개념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그의 주장은 현재의 단기주의적이고 기업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 추구 노력에 있어 사회적 가치 (societal value)도 함께 고려 되어야 현재 자본주의가 다음 단계로 혁신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윤 추구는 계속 하되, 예전과는 다른 시각과 방법으로 해야 장기적으로 이윤율도 높일 수 있고 속한 지역 사회 속에서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노력에 정부의 규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정부의 규제도 공유 가치 추구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잘 설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찰스 디킨스를 통해 살펴 본 것처럼, 마이클 포터의 이 자본주의 위기 극복 처방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포터의 고백대로 그의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상당 수의 사회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도 없는 겁니다.

포터는 그의 글 속에서 모든 이윤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Not all profit is equal.) 이라고 말하며, 올바른 이윤과 (right profit) 그렇지 못한 이윤이 있다고 주장하죠. 한걸음 더 나아가, 개인의 이기심(self-interest)만을 강조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넘어서, 이제는 모든 기업이 공유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신자유주의적 정치가들이나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이 정말좋아하지 않는 위험한 발언들이죠. 천하의 포터도 작금의 위기상황이 아니었으면 하기 어려웠을 정도입니다. 참고로, 포터는 공학 학사, 경영학 석사, 경제학 박사 출신입니다.

Has capitalism completely, utterly and totally failed?

자본주의가 큰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계속 되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모든 매커니즘이 붕괴되었다는 것이죠.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던져준 가장 큰 교훈으로서, 시장정부가 교과서에서 가르쳐진 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앞으로는 작동을 잘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그들은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경제학 이론들로는 전혀 설명할 수 없으며, 이제는 더 이상 정부가 재정 정책이나 이나 금융 정책을 써서 위기를 지연시키는 것도 어렵다고 봅니다. 기둥이 무너져 내리니까 집이 무너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논리죠.

하지만, 많은 분들은 2008년의 위기를 월스트리트의 지나친 탐욕이나 정부의 규제가 완전하지 못해서라고 진단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미워도 다시 한번 화끈하게 시장을 믿어 줘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 이들은 2011년 현재의 어려움도 오바마, 버냉키, 메르켈, 트리셰, 후진타오, 쩌우 시아오추언 등이 슬기롭게 잘 대처하면 해결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신문에는 오바마의 부양책,” “독일 헌법재판소 판결,” “중국의 이태리 국채 매입설등등이 뉴스로 등장하죠. 이들 대립된 양 극단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역시 아무래도 하루아침에 뭔가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예상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미국 국채 금리 (수익률)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죠. 대표선수인 10년 만기 미국 재무성 국채 (treasury note)의 수익률이 최저점 경신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냥 낮은 수준이 아니라, “역사적 최저점을 계속 깨고 있으니 전에 없던 일이 앞으로 벌어진다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전에도 한 번 말씀 드렸지만, 우리는 참 역사적 시기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말이죠. 그리고, 그 과정이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시대를 읽으며 살아야겠죠. 추석 연휴를 마감하며, 오랜만에 서울에서 썼습니다.

다음 글들을 주로 참고 했습니다.
"Creating Shared Value", Michael E. Porter and Mark R. Kramer, Harvard Business Review 2011
"Was Marx Right?", Umair Haque, HBR Blog Network, Sep., 2011
"Labor's Dwindling Share of the Economy and the Crisis of Advanced Capitalism", Guest Author, Sep. 3rd,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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