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4일 토요일

양적완화 그리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


밴 버냉키 인터체인지

대서양 연안을 따라 미국 동부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대표적인 고속도로가 Interstate 95 입니다. 야자수와 악어가 사는 최남단 플로리다에서 겨울에 춥긴 하지만 세금이 정말 적어 은퇴자들이 랍스터 먹으며 여생을 보내기 좋다는 최북단 메인 주까지 연결되는 긴 도로입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하버드 대학이 있는 보스턴과 월스트리트가 있는 뉴욕을 차례로 만날 수 있습니다. 뉴욕을 지나 남쪽으로 조금 더 가면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나오죠. 내친 김에 조금 더 달리면 밴 버냉키의 고향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가 나타납니다. 주 경계에서 아주 조금만 더 가면 드디어 190 Exit이 나옵니다. 2009년 이 고속도로 출구는 밴 버냉키 인터체인지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지명에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일은 미국서는 그리 낯선 일은 아닙니다만, 상당한 업적과 인기가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밴 버냉키는 2008년 불거진 금융위기의 불길을 정말 단기간에 슬기롭게 잡았다는 공을 인정 받았던 것입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유태인 부모 슬하에 태어난 밴 버냉키는 북쪽으로 가 보스턴에서 경제학을 공부합니다. 경제학자가 된 그는 거시, 미시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로 또 경제학 분야의 최고 권위 저널의 편집자로 입지를 굳히다 지금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서 또 공화당원으로서 워싱턴 DC에서 활동합니다. 월스트리트는 항상 그의 입을 주목합니다. 그가 사용한 어휘, 말투는 물론 그의 표정과 눈빛까지도 분석하죠. 그리고 그가 한 말은 모두 거의 즉시 문서로 바뀌어 세상 누구나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부럽죠.

대공황 전문가 버냉키

경제학자로서 그는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을 깊게 연구했습니다. 그는 대공황의 원인을 돈이 경제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죠.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은행이 대출을 꺼리게 됩니다. 대출이 원활하지 못하니 사업가들이 필요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어 일자리도 줄어 들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습니다. 그 결과 경기가 더 나빠지게 된다는 것이죠. 이 악순환이 심해지지 않게 하려면 하늘에 높이 뜬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helicopter drop) 방식으로라도 돈을 충분히 공급해서 물건 값이 점점 낮아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에 나라 경제가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합니다. 어차피 금으로 바꾸어 주지 않는 화폐(fiat currency)이니 필요할 때 충분히 돈을 찍어서 경제문제를 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두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미국 경제에 공급했습니다. 그 결과였을까요. 집값도 폭락을 멈추고 이제는 반등을 준비하는 듯 보였습니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줄었고, 고용도 잘 되는 듯 보였습니다. 올해 여름의 미국 경제 모습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그런데, 여름의 끝자락에서 모든 것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공공 부채(public debt) 총액 한도를 다루면서 현재 정치 시스템으로는 앞으로 어려운 경제문제가 제대로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깊은 절망감을 안겨줬습니다. 버냉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순조롭게 증가하는 듯 보였던 일자리도 늘지 않게 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게 되었죠. 여기에 대서양 건너 EU의 재정위기도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데 한 몫 했습니다. 기업도 소비자도 돈을 쓰지 않으니 이자율이 아무리 낮아도, 돈이 아무리 시중에 풀려도 경제는 계속 어렵게 되어 가는 형국입니다.

양적완화의 의미

양적완화정책은 우리 귀에 정말 생소한 이름의 정책이었죠. 여기서 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돈의 양을 의미합니다. 돈을 많이 풀어서, 기업가와 소비자가 은행 창구에서 느끼는 대출의 어려움을 완화해 주겠다는 의미 정도로 새기면 좋겠습니다. 혹은, 움켜 잡은 돈줄을 좀 느슨하게 푼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죠. 어쨌든 이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 이름을 가진 정책의 다른 이름은 돈을 공장에서 찍어(printing money) 시중에 푼다는 의미의 발권력(seinorage) 동원입니다. 통상적(conventional)으로 사용되는 재정, 금융통화 경제정책이 다 통하지 않을 때 쓰는 변칙 통화 정책(unconventional monetary policy)이자 사실상 마지막 수단(last resort)입니다. 이정도 말씀 드리면 눈치를 채셨겠지만, 양적완화 정책이 사용되었을 때 우리가 깨달아야만 했던 내용은 1) 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미 이르렀으며, 2) 이전에 사용해봤던 재정, 통화 정책이 이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증명 되었고, 3) 양적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안정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된다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 이제 양적완화 정책은 끝났고, 짙은 안개가 걷히면서 사물이 점점 뚜렷이 보이는 것처럼, 경제 현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러분께서 보시는 현실은 어떤가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양적완화 정책을 무한정 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이죠.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면 결국은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초인플레를 겪은 짐바브웨에서는 “100조 짐바브웨 돈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 화폐까지 발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외국 돈을 쓰기에 이르죠. 이런 일이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미국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리고, 버냉키 자신도 그리 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죠.

그래서 제3차 양적완화 대신, 그는 2013년 중반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도 했고, 이번 에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라는 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시중에 돈을 직접 공급하지는 않지만, 6년에서 30년 사이의 만기를 가지는 장기 국채를 사들이고 단기 국채를 팔아서 장기금리를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국채도 결국 사고 파는 것이고,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값이 정해집니다. 누군가 많은 양을 팔면 값이 떨어지죠. 그런데, 잘 아시겠지만,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인 국채의 값과 국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수익율(금리)은 반비례관계에 있습니다. 국채 값이 오르면 수익율은 떨어지고, 국채 값이 내리면 수익율은 올라갑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죠. 현지 미국 단기 국채에 적용되는 금리(수익률)은 이미 0이거나 0에 매우 가깝습니다.  바로 안전자산추구(flight to quality) 성향 때문입니다. 사방이 불안하니 큰 돈을 둘 곳이 미국 국채 외에 없다는 판단을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죠. 그래서 만기 한 달짜리 미국 재무성 채권(treasury bill)은 수익률 0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100불을 미국 정부에다 꿔 주고, 한달 뒤에 단 1센트도 더하지 않은 100불을 받겠다고 거래 하는 것이죠. 정말 이상하지만, 상황이 이 지경이니, 단기 국채를 대량으로 판다고 해서 단기 국채의 금리(수익률)가 오르는 영향은 매우 미미 할 것이고, 판 돈으로 장기 국채를 사들이면 장기 국채 값이 크게 오르고, 수익율(금리)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노리는 것입니다.

장기 국채의 수익율이 떨어지면, 미국 소비자들이 집을 살 때 내야 하는 모기지나, 자동차 할부금을 줄일 수 있어 소비를 부추길 수도 있고, 집값을 올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죠. 실제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미국의 장기 금리는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장기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인데요. 어쨌든, 실제로 모기지 금리가 내렸고 수많은 미국인들이 비싼 이자로 계약한 모기지를 싼 이자로 바꾸어 계약하는 일(mortgage refinancing)에 한꺼번에 나서는 바람에 은행 창구가 마비되기도 하고, 임시 전용 창구를 만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내리는 것이 경제에 끼치는 좋은 효과를 좋은 일자리가 안 만들어지는 암울한 현실이 압도한 것이죠. 모지기를 줄여서 약간의 목돈도 만지고, 매 달 지출을 다소 줄일 수 있다 해도, 가장이 안정된 직업(decent job)을 잃으면 집을 은행에 빼앗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미국의 현실입니다.

길은 어디에

1930년대 대공황이 시작될 무렵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당시 미국 GDP 20%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미국 정부가 빚을 더 지고, 그 돈으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정책은 이미 불가능해졌습니다. 금리를 내려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화 정책도 더 이상 쓸 수 없습니다. 미국의 기준 금리는 이미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곳까지 내려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양적완화를 해 보았지만, 2008년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고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 변칙적인 편법들이 동원되지만, 효과가 클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초초한 사람들은 버냉키에게 돈을 더 찍어내라고 요구합니다. 에너지와 음식가격을 제외한 핵심인플레이션(core inflation) 2% 정도에 불과해서 아직은 인플레이션 걱정할 때가 아니니 제3차 양적완화를 제발 해달라고 애원하죠. 하지만 그들은 핵심인플레이션율이 올 초에는 1.6% 정도였다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실물을 소유한 자산가들과 정부를 포함한 빚쟁이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아무런 동의 절차 없이 돈을 빼앗아 가는 부작용이 있다는 경제 법칙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양적완화 덕에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올랐던 달콤한 추억만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버냉키도 버냉키에게 돈을 더 찍어내라고 주문하는 그들도 다 틀렸을지 모릅니다.

2011 Harvard Business Review의 편집 방향은 자본주의 고치기 (fixing the system)입니다. 그들의 우려대로, 만약 기업의 운영 관행이나 정부의 규제 방식 등을 고치는 방향으로 자본주의가 수정된 후에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문제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은 이전 글에서 이미 말씀 드렸듯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는 그 오랜 기간 동안 경제 이론에 근거한 또 다른 양적완화와 변칙 경제 정책들이 난무할지도 모릅니다.

글을 마치겠습니다. 그리스 디폴트가 이젠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뉴스가 또 나왔군요. 눈 부시게 날씨 좋은 가을 날, 피곤하겠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다음 기사를 읽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The Federal Reserve Take that, Congress In the face of intensifying political assault, the Fed eases again, Sep 24th 2011, The Economist

2011년 9월 12일 월요일

자본주의는 이젠 “철저히, 완전히 그리고 전적으로” 끝났을까? – 칼 마르크스, 찰스 디킨스 그리고 마이클 포터


칼 마르크스

지난 주 어느 날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지 중 하나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홈페이지에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글이 올라왔습니다. “마르크스가 옳았을까 (Was Marx Right?)” 라는 제목의 블로그에는 발전한 자본주의(advanced capitalism)는 결국 내부 모순에 의해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이 2011년 오늘의 경제 현실과 짝을 이루어 실려 있었죠. 마치 부활한 체게바라(Che Guevara)가 그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탐욕스런" 웃음을 지으며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개장 벨을 울리러 등장한 것 같은 심한 부조화를 느꼈습니다. 저만 그랬을까요? HBR 블로거는 HBR 편집장이 직접 관리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고 HBR의 독자들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잘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인 것을 생각하면 그 글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수없이 달린 댓글들이 이것을 반증하죠.



HBR 블로그의 필자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미래에 대한 주장을 항목별로 정리합니다.  Immiseration (노동계급의 궁핍화), Crisis (과잉생산위기, 풍요속의 빈곤), Stagnation (기업의 이윤율 저하), Alienation (생산물과 생산 과정으로부터의 소외), False consciousness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한 허위의식), Commodity fetishism (상품의 물신성) 등이 그것들이죠. 80년대 우리나라 대학가에서 너무나 흔히 접할 수 있었던 개념들이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찰스 디킨스

이왕 떠난 김에, 시계를 좀 더 과거로 돌려 보겠습니다.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정점으로 향해 가던 1812년 찰스 디킨스(Chrles Dickens)가 태어납니다. 그가 12살이 되던 해, 그의 가족들은 빚을 값지 못한 죄로 감옥에 가게 되죠. 홀로 남겨진 그는 시궁쥐가 우글대는 공장에서 구두 염색공으로 일하게 됩니다. 그런 경험에 바탕한 작품 중 하나가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입니다. 봉건제의 급격한 해체로 농촌에서 버림받은 농노들은 정말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도시로 향합니다. 그들 중 적당한 직업을 찾지 못한 많은 이들이 부랑자로 도시를 배회하게 됩니다. 영국 여왕은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률을 재정하고 이들을 구빈원(workhouse)에 수용하죠. 여기서 태어난 올리버는 만 아홉살이 될 무렵 구빈원의 직영 작업장에 노동자로 투입됩니다. 그리고 올리버는 다른 직업을 전전하며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소설에서 묘사된 것처럼, 당시 영국에서 아동 노동은 아주 흔했습니다. 18세기 말 잉글랜드와 스코트랜드에서 수력으로 움직이는 면직 공장(cotton mill) 노동자의 2/3가 미성년자였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3-4세 정도의 아기들이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좁고 기다란 굴뚝 내부를 오르내리며 묵은 검댕을 깔끔하게 떼어내는 청소(chimney sweeping)를 하거나 탄광에서 어른이 들어가기 어려운 좁고 긴 갱도를 왕복하며 짐을 나르는 역할을 하기도 했죠. 게다가 당시 노동시간은 지금보다 훨씬 길었고 아동 노동자들이 챙기는 임금은 성인 노동자들의 10%~20%에 불과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조건에서 일한 어린이들은 일찍 죽거나 성인이 되어 사람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19세기 벽두부터 아동 노동을 제한하는 여러 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영국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오랜 기간 노동자로 일하는 편이 일찍 죽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은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동 노동자 고용주들은 처음부터 찬성하지는 않았습니다. 길고 긴 사회적 토론과 합의 과정이 필요했죠. 그렇게 해서 1847년에 이르러서야 성인 및 아동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10시간으로 제한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까지도 아동 노동은 영국과 미국에서 계속 되었습니다.

마이클 포터

시계를 다시 2011년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인 마이클 포터는 올해 1월에 공유 가치 (Shared Value)”라는 개념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그의 주장은 현재의 단기주의적이고 기업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 추구 노력에 있어 사회적 가치 (societal value)도 함께 고려 되어야 현재 자본주의가 다음 단계로 혁신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윤 추구는 계속 하되, 예전과는 다른 시각과 방법으로 해야 장기적으로 이윤율도 높일 수 있고 속한 지역 사회 속에서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노력에 정부의 규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정부의 규제도 공유 가치 추구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잘 설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찰스 디킨스를 통해 살펴 본 것처럼, 마이클 포터의 이 자본주의 위기 극복 처방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포터의 고백대로 그의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상당 수의 사회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도 없는 겁니다.

포터는 그의 글 속에서 모든 이윤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Not all profit is equal.) 이라고 말하며, 올바른 이윤과 (right profit) 그렇지 못한 이윤이 있다고 주장하죠. 한걸음 더 나아가, 개인의 이기심(self-interest)만을 강조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넘어서, 이제는 모든 기업이 공유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신자유주의적 정치가들이나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이 정말좋아하지 않는 위험한 발언들이죠. 천하의 포터도 작금의 위기상황이 아니었으면 하기 어려웠을 정도입니다. 참고로, 포터는 공학 학사, 경영학 석사, 경제학 박사 출신입니다.

Has capitalism completely, utterly and totally failed?

자본주의가 큰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계속 되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모든 매커니즘이 붕괴되었다는 것이죠.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던져준 가장 큰 교훈으로서, 시장정부가 교과서에서 가르쳐진 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앞으로는 작동을 잘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그들은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경제학 이론들로는 전혀 설명할 수 없으며, 이제는 더 이상 정부가 재정 정책이나 이나 금융 정책을 써서 위기를 지연시키는 것도 어렵다고 봅니다. 기둥이 무너져 내리니까 집이 무너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논리죠.

하지만, 많은 분들은 2008년의 위기를 월스트리트의 지나친 탐욕이나 정부의 규제가 완전하지 못해서라고 진단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미워도 다시 한번 화끈하게 시장을 믿어 줘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 이들은 2011년 현재의 어려움도 오바마, 버냉키, 메르켈, 트리셰, 후진타오, 쩌우 시아오추언 등이 슬기롭게 잘 대처하면 해결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신문에는 오바마의 부양책,” “독일 헌법재판소 판결,” “중국의 이태리 국채 매입설등등이 뉴스로 등장하죠. 이들 대립된 양 극단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역시 아무래도 하루아침에 뭔가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예상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미국 국채 금리 (수익률)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죠. 대표선수인 10년 만기 미국 재무성 국채 (treasury note)의 수익률이 최저점 경신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냥 낮은 수준이 아니라, “역사적 최저점을 계속 깨고 있으니 전에 없던 일이 앞으로 벌어진다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전에도 한 번 말씀 드렸지만, 우리는 참 역사적 시기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말이죠. 그리고, 그 과정이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시대를 읽으며 살아야겠죠. 추석 연휴를 마감하며, 오랜만에 서울에서 썼습니다.

다음 글들을 주로 참고 했습니다.
"Creating Shared Value", Michael E. Porter and Mark R. Kramer, Harvard Business Review 2011
"Was Marx Right?", Umair Haque, HBR Blog Network, Sep., 2011
"Labor's Dwindling Share of the Economy and the Crisis of Advanced Capitalism", Guest Author, Sep. 3rd,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