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일 토요일

해적, 내적 동기 그리고 작은 성공

유럽 열강들이 범선을 타고 세계 각지로 진출하던 16세기에 부수적으로 생긴 현상이 해적입니다. 해적들은 18세기 초반에 가장 융성해지죠. 해적과 관련된 문제를 하나 풀어 볼까요? 1705년 영국 배가 영국 해적에 의해 나포되었습니다. 해적들은 선원들은 험하게 다뤄온 선장과 간부 선원들을 없애고 선원들에게 해적이 될 것을 종용합니다. 목숨이 달렸으니 선원들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죠. 굳은 얼굴로 마지못해 해적선에 오릅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영화나 소설에서 본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달랐습니다. 제안을 받은 선원들은 대부분 기꺼이 해적이 되었다고 합니다. 열악한 근무환경, 비상식적으로 고된 노동, 선장과 간부들의 무자비한 폭력 아래로 다시 들어가 고생 끝에 인생을 짧게 마감하느니, 차라리 해적질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죠. 아래 인용한 해적 규약의 일부를 보면 선원들의 선택을 더 잘 이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     모든 선원은 현안에 대해 동등한 표결권을 가진다. 어느 때든 노획한 식료품과 주류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그것들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2.     모든 선원은 전리품 목록에서 공평한 몫을 요구할 수 있다하지만 동료의 보석이나 돈을 한 푼이라도 사취하면 무인도에 내버린다. 동료의 것을 훔치면 코와 귀를 자르고 사는 게 고생스러울 것이 분명한해변에 하선시킨다.
3.     주사위든 카드놀이든 돈을 가지고 도박을 해서는 안된다.
4.     촛불은 밤 8시에 끈다. 이후에 술을 마시고 싶다면 불을 켜지 않고 갑판에 앉아 마셔야 한다.
5.     모든 선원은 즉각 전투에 사용할 수 있도록 늘 각자의 장비, 단검, 권총을 준비해야 한다.
6.     각자 1,000파운드의 저축금을 채울 때까지 현재의 삶의 방식을 계속해야 하고, 그 이전에 이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근무 중에 불구가 된 사람은 공공 기금에서 800 은화를 받고 부상자들은 부상 정도에 따라 배분 받는다.



2009년으로 시간을 옮겨 보겠습니다. Dan Pink의 동기부여에 관한 TED 강연을 들어 볼까요. 그는 직원들의 성과에 인센티브를 미리 걸어 놓고 일을 시키면 오히려 창의성이 떨어지고 생산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분기에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면 성과급 50% 준다는 식이죠. 이런 방식으로 생산성이 증가하는 경우는 창의성을 요하지 않는 단순 반복 작업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는, 창의성을 높여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인센티브나 채찍과(carrots and sticks) 같은 외적인 동기부여 방법(external motivator)이 아니라 내적인 동기부여 방법(internal motivator)이라고 강조합니다. 종업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까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autonomy)을 부여하는 것, 조금씩 개선을 해 나가면서 점점 더 전문성(mastery)을 더해갈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이 조직이나 고객 또는 국가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 즉 업무의 목적(purpose)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진들은 7개 기업에서 26개의 서로 다른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238명 명에게 일정한 양식으로 그들의 업무와 감정에 대해 일일 현황를 쓰도록 했습니다. 무려 12,000건에 조금 못 되는 자료가 모였죠.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역시 직원들을 움직여서 몰입하도록 만들고 창의적으로 일하며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에는 외적 동기보다 내적 동기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들은 사람이나 조직을 관리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직원들이 자신이 의미 일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그 일 속에서 작은 성공을 자주 맛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관리 원칙(the progress principle)이 중요하며 또 그런 노력을 통해 성과가 나고 그 성과가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선순환 (the progress loop)을 만들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체크리스트를 들고 진행상황을 따지는 (check up)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신나서 일할 수 있도록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어려운 일에 도움을 주고(facilitate) 그들과 함께 하는 (check in)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직원들이 마음이 내켜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런 저런 원칙을 지켜 잘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것이죠.

해적선에 기꺼이 오르는 선원들의 마음, 내적 동기의 중요성 그리고 작은 성공을 통해 동기부여하는 일 -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축은 자율성(autonomy)이고 그 바탕에는 직원들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경영자의 마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직원들의 일상 업무에 사사건건 지시하고 입으로만 도와주며 좋지 못한 결과를 직원 탓으로 돌리면서 중요한 정보는 결정적일 때 비장의 무기로 사용하려고 직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그런 매니저가 아니었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직원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지 그들 내면의 직장 생활(inner work life)을 생각해 봐야 할 시대입니다.



주로 참고한 자료입니다.
On the surprising science of motivation, Dan Pink, TED International, 2009, www.ted.com
대항해 시대, 주경철, 서울대학교 교육출판문화원
The Power Of Small Wins, Tersa M. Amabile and Steven J. Kramer, Harvard Business Review, May, 2011